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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골프웨어 파격 이끄는 2030세대[패션 캔버스/마진주]

마진주 홍익대 패션대학원 교수
입력 2022-06-29 03:00업데이트 2022-06-29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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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파리게이츠 홈페이지
마진주 홍익대 패션대학원 교수
지난해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약 5조7000억 원으로 전 세계 1위였다. 올해는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국내 골프장 수가 전 세계의 2%밖에 되지 않는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자 야외에서 상대적으로 타인들과 거리를 두고 펼치는 골프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이 커진 것이다. 특히 자신의 모습과 일상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의 성향이 골프를 만나면서 골프웨어 트렌드 변화를 이끌고 있다.

골프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오늘날과 같은 골프는 15세기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스포츠처럼 골프 역시 초기엔 여성의 참여가 제한되었다. 17세기 말까지만 해도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풀 스윙은 우아하지 못하단 이유로 70m 이상 공을 쳐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었단다.

그 후로도 약 200년간 여성들은 평소에 입는 의복과 같이 땅에 끌리는 무겁고 풍성한 스커트와 숨쉬기도 불편한 코르셋을 착용한 채 골프를 쳐야 했다. 이후 1920년대 들어서야 편안한 실루엣의 니트 상의와 종아리를 드러낸 간소한 스커트 차림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불편한 드레스를 입고 골프를 쳐야만 했던 과거 여성들이 배꼽을 드러낸 크롭 티셔츠를 입고 라운딩에 나선 요즘 골퍼들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골프는 상체 움직임이 크기 때문에 그동안 골프웨어는 스윙 시 상의가 올라가 신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 썼다. 그런데 젊은 골퍼들이 아예 배가 드러난 상의를 입고 나타나니 중장년층 골퍼들이 이들을 보고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2030 골퍼들은 크롭 티셔츠가 유행 아이템이면서 스윙할 때 걸리적거리지 않고, 수시로 옷매무새를 다듬을 필요도 없어 편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젊은 골퍼들은 그동안 다소 보수적이고 일률적이었던 아이템, 소재, 색상, 장식 등에서 벗어나 일상에서도 착용 가능한 후드 티셔츠, 점프슈트, 레깅스, 조거 팬츠 등의 아이템을 들여왔다. 여기에 색상과 패턴, 캐릭터 등으로 다양성과 희소성을 추구하고 있다. 골프웨어처럼 보이지 않는 실용적인 아이템을 입는 골퍼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시대 문화적 특성을 발 빠르게 반영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패션의 속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개인의 행복과 표현을 중시하는 2030세대의 문화적 성향이 골프웨어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패션은 그러나 우리의 심미안을 변덕스럽게 만들어 지금의 아름다움에 만족하고 머물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어쩌면 크롭 티셔츠를 벗어던지고 다시 드레스를 입고 라운딩을 갈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마진주 홍익대 패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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