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檢 일선 부장까지 700명 물갈이… 누가 되든 ‘식물총장’ 될 것

입력 2022-06-29 00:00업데이트 2022-06-29 09:31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일선 검찰청에서 주요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게 될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 검찰 중간 간부 700명가량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 인사가 어제 단행됐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수사를 한 적이 있는 엄희준 김영철 강백신 부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 2, 3부장으로 각각 발령 났다. 신임 서울동부지검 전무곤 차장검사와 서울남부지검 구상엽 1차장검사, 이창수 성남지청장도 윤 대통령 검찰 재직 시절 참모를 지낸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다.

한 장관은 임명 이후 40일 동안 검찰총장 부재 상황에서도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검찰 인사를 했다. 임명 다음 날 검찰인사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인사와 수사, 감찰 분야의 요직 10여 곳을 콕 집어 ‘윤 사단’ 검사들로 교체했다. 두 번째 인사에선 검사장 승진자 17명 중 10여 명이 ‘윤 사단’이었다. 이번 인사로 주요 수사의 착수와 진행, 처분에 각각 관여하는 실무 수사팀장부터 중간 보고라인인 일선 지검장, 대검의 최종 수사지휘 라인까지 ‘윤 사단’으로 채워졌다. 검찰총장이 누가 되든 대통령과 장관의 직속 부대로 불리는 ‘윤 사단’의 협조 없이는 어떤 수사도 제대로 하기 어려워 사실상 ‘식물총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 장관은 그제 신임 검사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부정부패를 척결하라”며 수사를 독려했다. ‘윤 사단’ 위주의 검찰은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과거 정부를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권력 남용이나 부정부패 사건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과거 적폐청산 수사처럼 주요 피의자에 대해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일부 피의자의 극단적 선택을 낳는 무리한 수사 행태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검찰 공무원의 지휘 감독권을 가진 검찰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검찰 인사도 전례를 찾기 어렵지만 총장 없이 대규모 사정(司正)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 하루빨리 총장 후보자를 지명해 총장 지휘 아래 검찰이 좀 더 공정하고 중립적인 사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찰 정상화’의 길이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