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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밈’을 만든 느슨하지만 광활한 유대

입력 2022-06-25 03:00업데이트 2022-06-2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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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때문에/그레천 매컬러 지음·강동혁 옮김/448쪽·1만9000원·어크로스
언어는 인터넷의 등장 이후 지난 30여 년간 폭발적인 속도로 진화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인터넷 언어를 연구해온 저자는 밀접한 사람들 사이에서보다는 외부와의 접촉이 잦을수록 언어의 변화가 크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은 지리적 한계를 넘어 그 어느 공간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무수히 많은 접촉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인터넷 언어의 사례를 소개하고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 대해 분석한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영상, 이미지, 표현 등을 뜻하는 ‘밈(meme)’은 온라인에서 매일 새롭게 생겨나고 재구성된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라는 만화책의 한 장면과 대사는 인터넷 게시글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의 다양한 맥락에서 쓰인다. 인터넷 검색창에 ‘고양이 밈(lolcat)’이라고 검색하면 어떤 것이 원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표정의 고양이 사진과 재밌는 말풍선을 찾을 수 있다.

밈처럼 원본에 다양한 각색을 시도한 사례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기원전 8세기에 쓰인 호메로스의 트로이 전쟁 서사시 ‘일리아드’도 출발은 구전문학이었다. 그와 비교해 오늘날의 밈은 인터넷상의 ‘밈 생성기 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쉽게 다양한 버전의 밈을 만들 수 있다. 인터넷의 손쉬운 접근성과 확장성이 폭넓은 대화의 방식과 유행을 이끌어내는 것. 저자는 “밈은 ‘내가 인터넷 문화의 구성원이며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면 당신은 인터넷 문화에 속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기분이나 표정을 표현하려면 대부분 종이에 문자로 써야 했다. 쉽게 영상이나 그림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인터넷 시대에는 그림도 문자처럼 이모지를 통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온라인의 손쉬운 글자 입력 방식으로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고 그 변화는 계속 진행 중이다.

온라인에서는 ‘멍멍이’보단 ‘댕댕이’라는 표현이 흔하다. 이러한 인터넷 언어가 언어 파괴를 조장한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언어는 궁극적인 참여 민주주의”라며 자연스러운 변화임을 강조한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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