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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정연욱]‘계륵’ 이준석

입력 2022-06-25 03:00업데이트 2022-06-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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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표·최고위원 티격태격 한심한 신경전
국정 아우를 與대표다운 정치력 발휘해야
정연욱 논설위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최근 등장한 두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 대표 징계 여부를 논의한 윤리위원회 심사도 있었지만 이 대표와 최고위원 배현진이 티격태격한 장면에 눈길이 더 갔다. 두 사람 모두 30대 젊은 정치인이어서 그들만의 소통 방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한심해서다.

“비공개 회의 내용이 새나가니 비공개 회의를 없애겠다.” “당신이 유출했잖아.” 속내는 알 수 없어도 집권여당 수뇌부가 그렇게 얼굴을 붉히고, 손을 내칠 만한 사유라고 보기엔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더구나 전 국민이 지켜보는 공개된 자리 아니었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아니라 집권여당이 됐다.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과 달리 여당은 정책 성과로 심판받는다. 그래서 정부·여당의 실패는 야당의 정치적 자산이다.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뺏긴 이유를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정당에서 갈등은 다반사다. 하지만 책임 있는 지도부라면 시기도 봐야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100일의 정치적 의미가 각별해서다. 최고조에 이른 국민의 기대를 기반 삼아 정권의 역점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어서다. 미국에선 대공황 위기 속에서 1933년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첫 100일이 성공적이었다. 루스벨트는 빠르고 과감한 조치로 ‘뉴딜 정책’의 기초를 닦을 수 있었다. 당시 대통령과 국민이 직접 소통하는 모범으로 평가받는 라디오 연설 ‘노변담화’도 100일 계획의 하나였다.

집권당은 첫 100일의 성공적 연착륙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지난 정권과 달리 팬덤이 없는 윤석열 정부에선 더 절박해야 할 텐데도 그런 긴장감은 보이지 않는다. 가장 집중해야 할 정책 이슈나 의제는 물론 구체적인 실행 전략도 부각되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첫 100일을 그냥 흘려보내는 분위기다.

2주 미뤄진 이 대표의 윤리위 심사 배경을 둘러싸고 국민의힘은 사분오열 상태다. 별의별 억측과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임기가 남은 당 대표 징계는 친위 쿠데타”라며 여론전에 나섰다. 반이(反李) 측은 “대표라고 무조건 뭉갤 일인가”라고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와의 결별이 ‘이대남’(20대 남자)을 내쫓는 역풍으로 번질 가능성도 우려한다. 이 대표를 단칼에 정리하기 어려운 ‘계륵’으로 보는 배경이다. 이 대표도 그런 처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1년 전 이준석 효과는 고루한 당 이미지를 쇄신하는 충격파였다. 하지만 그동안 이 대표의 행보가 “나만 옳다”는 독단적 리더십으로 굳어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시작이 좋다고 해서 진화하고 발전하지 못하면 ‘젊은 꼰대’ 소리를 듣지 말란 법은 없다. 이 대표의 정치 감각과 언변은 강점이지만 여당 대표라면 이를 뛰어넘는 정치력이 더 중요하다. 국정 전반에 걸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포용적 리더십이다.

경제 복합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글로벌 공급망 붕괴, 전 정권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아직도 전열을 정비하지 못해 허둥대는 ‘야당 복’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은가. 남미에서 우파의 보루였던 콜롬비아에서도 좌파가 집권했다. 한때 반정부 게릴라 출신의 대통령이 당선됐다. 경제 실정에 등 돌린 민심을 챙기지 못한 탓이다. 더 이상 색깔만 보고 무조건 찍는 시대는 지났다. 이 대표가 여당 대표의 무게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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