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태극기 함께 품고…‘6·25 영웅’ 웨버 대령 알링턴 안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3일 1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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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참전 영웅인 고(故) 윌리엄 웨버 미군 예비역 대령이 6·25 전쟁 발발 72주년을 사흘 앞둔 2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눈을 감는 날까지 한반도 분단을 안타까워했던 웨버 대령은 마지막까지 성조기와 함께 태극기를 안고 안식처에 들었다.

4월 향년 97세로 별세한 웨버 대령의 안장식은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의 예우 속에 거행됐다. 성조기에 감싸져 있던 웨버 대령의 관은 그의 자택이 있는 메릴랜드주 프레데릭을 출발해 워싱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거쳐 알링턴 국립묘지에 도착했다. 웨버 대령의 관이 마차로 묘역에 운구 되자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예포 21발은 국가 경례를 선포하거나 국가 정상급 예우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관에는 성조기와 함께 한국계 퇴역군인 송주섭 씨가 4월 22일 거행된 추도식에서 제공한 태극기가 나란히 들어 있었다. 웨버 대평의 추도식에는 현직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조전을 보내고 국가보훈처장이 직접 참석한 바 있다.

안장식을 진행한 군목은 “진정한 애국자였던 그는 미국과 한국을 사랑했다”며 웨버 대령의 생전 업적을 소개했다. 1925년생인 웨버 대령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공수 낙하산부대 작전장교(대위)로 참전해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서울수복작전 등에서 활약했다. 그는 1951년 2월 원주 북쪽 324고지에서 오른팔과 오른 다리를 잃는 부상을 당했다. 미국에서 1년여 간의 수술과 치료를 거쳐 현역에 복귀한 뒤 1980년 전역했다.


웨버 대령은 참전공원에 서 있는 ‘19인 동상’의 실제 모델로 전역 후 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으로 한미 동맹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특히 2015년 미국 수도 워싱턴의 워싱턴 기념비 앞에서 약 28시간 동안 6·25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3만6574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호명식을 주도해 미국 내에서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던 6·25전쟁을 알리는데 힘 써왔다. 오른 팔이 없어 ‘왼손 경례’로 유명한 웨버 대령은 다음달 27일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 내 추모의 벽을 세우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웨버 대령의 아내 애널리 웨버 여사
웨버 대령의 아내 애널리 웨버 여사
이날 안장식에는 폐암 투병 중인 고인의 아내 애널리 웨버 여사와 며느리, 손녀 등 가족, 한국전쟁 참전 미군 베테랑, 재미 한국 재향군인, 한미동맹재단 관계자, 조태용 주미대사와 이경구 주미대사관 국방무관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손녀인 데인 웨버는 “할아버지에게 한국은 매우 큰 의미가 있는 나라였다”고 말했다.

안장식에 참석한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웨버 대령이 죽는 날까지 이룬 업적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는 한미동맹의 중요성, 한국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법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용 대사는 “웨버 대령의 뜻을 기려 한미동맹이 미래세대에도 계속 튼튼히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한미동맹이 한국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자산으로 우뚝 서도록 하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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