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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사도세자 죽음의 진실… 기억은 왜 모두 다른가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입력 2022-06-23 03:00업데이트 2022-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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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를 영화로 읊다]〈40〉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영화 ‘사도’에서 뒤주에 갇혀 죽어가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세손(후일의 정조)이 애타게 부르며 흐느끼고 있다. 쇼박스 제공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년)에서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는 경기 수원시 화성행궁에서 화가 윤희정(김민희)을 만난다. 그들이 처음 마주친 복내당에서 비장청 방향으로 내려가면 유여택(維與宅)이 나온다. 정조(1752∼1800)가 현륭원(사도세자의 무덤)을 참배할 때 머물던 곳이다. 현재 이곳엔 정조의 5언율시 두 수를 적은 주련(柱聯) 12개가 걸려 있다. 이 중 다음 한 수는 앞의 4구만 남아 있다.


채제공(1720∼1799)이 지지대(遲遲臺)에서 화성을 바라보며 지은 시의 운자(매 짝수 구의 마지막 글자)를 따라 지은 작품이다. 지지대라는 이름은 정조가 현륭원을 참배하고 돌아올 때면 그리운 마음에 차마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렸기 때문에 붙여졌다. 군신 간 갱화(갱和·상대방 시의 운자를 이어 써서 화답하는 일)는 일반적으로 신하가 임금의 시운을 따라 쓰는데, 정조는 채제공 시의 운자를 따라 썼다.

시는 위정자가 백성을 부유하게 해 준 뒤에는 예의를 가르쳐야 한다는 공자의 말(논어 ‘子路’)과 순임금이 오현금(五絃琴)을 연주하며 불렀다는 ‘남풍가’로 마무리된다. ‘남풍가’는 남풍이 훈훈하게 불어와 백성의 노여움을 풀어주고 재물을 늘려줄 만하다는 내용의 노래다. 시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성군(聖君)이 되겠다는 다짐도 담겼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2014년)는 현륭원에 참배하며 통곡하는 정조의 모습에 이어 화성행궁에서 열린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장면으로 끝난다. 영화에서도 그린 것처럼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기억은 서로 달랐다. 영조, 노론 소론과 남인 신료들, 심지어 혜경궁 홍씨까지. 후일 정조는 아버지의 죽음이 역신들의 모함 때문이라고 썼다(‘顯隆園誌’). 동일한 사건을 두고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홍상수 영화의 제목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거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란 주장으로 대비되는 것 같다.

정조는 아버지를 위해 애쓴 채제공의 시운을 따라 씀으로써 특별한 신뢰와 친밀감을 표현했다. 그 시가 걸려 있는 유여택의 한구석엔 사도세자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뒤주가 놓여 관람객을 맞는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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