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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러 헬기, 나토 회원국 에스토니아 영공침범… 발트해 긴장 확산

입력 2022-06-23 03:00업데이트 2022-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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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러 대사 불러 항의… 리투아니아는 러行 화물열차 이어
자동차 화물까지 운송 제한 확대… 러 “심각한 결과 있을 것” 위협
러-나토 회원국 군사 충돌 우려… 美 “회원국 공격받으면 공동 대응”
멈춰선 화물열차들 러시아 본토에서 400km가량 떨어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 기차역에 21일 화물 열차들이 멈춰 서 있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에서 자국을 거쳐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화물 열차와 차량 수송을 중단했다. 칼리닌그라드=AP 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대한 유럽의 제재로 촉발된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발트해 주변국들로 번지며 군사적 충돌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자국을 거쳐 러시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철도 화물에 이어 자동차 화물에까지 운송 제한 조치를 가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발트3국으로 불리는 에스토니아에서는 러시아 헬기가 영공을 무단 침범했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까지 위협하자 미국은 나토 집단 방위 규정을 거론하며 러시아에 경고장을 보냈다.
○ 리투아니아 이어 에스토니아까지
에스토니아 외교부는 21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러시아군 Mi-8 헬기가 18일 오후 에스토니아 영공을 허가 없이 2분간 비행했다. 용납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하고 유감스러운 사건”이라고 밝혔다. Mi-8 헬기는 옛 소련이 개발한 중형 수송헬기로 승무원을 포함해 27명을 태울 수 있다. 에스토니아 외교부는 “러시아는 이웃나라 위협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대가가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하며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한 뒤 독립한 에스토니아는 2004년 나토에 가입했다. 영토 문제로 러시아와 갈등을 빚어 국민 사이에 반(反)러시아 감정이 높다.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옛 소련 국가들을 마치 속국처럼 지칭하자 에스토니아 정부가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리투아니아는 이날 대러 제재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 본토에서 400km 떨어진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석탄 금속 건설자재 시멘트 철강 사치품 등 유럽연합(EU) 제재 대상 화물의 자동차 운송을 제한한 것. 18일 철도 운송 제한에 이은 추가 조치다. 러시아는 ‘외딴 섬’처럼 떨어진 칼리닌그라드로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리투아니아 영토를 거쳐 가는 내용의 협정을 2003년 EU와 맺었지만 사실상 EU가 이를 막은 것이다.

화물 운송이 차단되면서 이날 칼리닌그라드에서는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졌다. 러시아는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며 전날에 이어 발끈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리투아니아에 화물 운송을 즉각 복원하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대응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이어 “긴장을 고조시키는 EU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불법적이고 전례 없는 조치”라면서 “며칠간 깊이 분석한 뒤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리투아니아 국민에게 매우 심각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 美 집단 방위 거론, 러시아에 ‘경고’
미국은 리투아니아 등 나토 회원국들의 조치를 옹호하며 러시아를 겨냥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리투아니아 등의 조치를 환영한다면서 “나토와 리투아니아를 지지한다. 특히 나토 조항 5조에 대한 우리 약속은 철통같다”고 말했다. 5조는 ‘나토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가 공동 대응한다’고 돼 있다.

미국은 올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재까지 나토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에 약 56억 달러(약 7조3000억 원) 규모의 군사적, 인도적 지원을 했다. 이런 후방 지원만으로도 ‘개전 보름 내에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한다’는 러시아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넉 달째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과 군사적 충돌을 벌여 미국이 직접 개입하게 된다면 러시아가 감당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빌뉴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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