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화물까지 운송 제한 확대… 러 “심각한 결과 있을 것” 위협
러-나토 회원국 군사 충돌 우려… 美 “회원국 공격받으면 공동 대응”

○ 리투아니아 이어 에스토니아까지
에스토니아 외교부는 21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러시아군 Mi-8 헬기가 18일 오후 에스토니아 영공을 허가 없이 2분간 비행했다. 용납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하고 유감스러운 사건”이라고 밝혔다. Mi-8 헬기는 옛 소련이 개발한 중형 수송헬기로 승무원을 포함해 27명을 태울 수 있다. 에스토니아 외교부는 “러시아는 이웃나라 위협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대가가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하며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한 뒤 독립한 에스토니아는 2004년 나토에 가입했다. 영토 문제로 러시아와 갈등을 빚어 국민 사이에 반(反)러시아 감정이 높다.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옛 소련 국가들을 마치 속국처럼 지칭하자 에스토니아 정부가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리투아니아는 이날 대러 제재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 본토에서 400km 떨어진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석탄 금속 건설자재 시멘트 철강 사치품 등 유럽연합(EU) 제재 대상 화물의 자동차 운송을 제한한 것. 18일 철도 운송 제한에 이은 추가 조치다. 러시아는 ‘외딴 섬’처럼 떨어진 칼리닌그라드로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리투아니아 영토를 거쳐 가는 내용의 협정을 2003년 EU와 맺었지만 사실상 EU가 이를 막은 것이다.
○ 美 집단 방위 거론, 러시아에 ‘경고’
미국은 리투아니아 등 나토 회원국들의 조치를 옹호하며 러시아를 겨냥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리투아니아 등의 조치를 환영한다면서 “나토와 리투아니아를 지지한다. 특히 나토 조항 5조에 대한 우리 약속은 철통같다”고 말했다. 5조는 ‘나토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가 공동 대응한다’고 돼 있다.미국은 올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재까지 나토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에 약 56억 달러(약 7조3000억 원) 규모의 군사적, 인도적 지원을 했다. 이런 후방 지원만으로도 ‘개전 보름 내에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한다’는 러시아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넉 달째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과 군사적 충돌을 벌여 미국이 직접 개입하게 된다면 러시아가 감당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빌뉴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