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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치안감 인사 초유의 무더기 번복, “실수”라며 뭉갤 일 아니다 [사설]

입력 2022-06-23 00:00업데이트 2022-06-2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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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20/뉴스1
치안감 인사가 2시간 만에 번복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치안감은 경찰에서 치안총감 치안정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직급으로, 14만 경찰 중 30명뿐이다. 경찰청은 21일 오후 7시 14분경 치안감 28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하지만 오후 9시 34분경 당초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으로 발령된 유재성 국수본 사이버수사국장은 유임하고 윤승영 충남청 자치경찰부장을 국수본 수사국장에 임명하는 등 7명의 보직이 바뀐 최종 인사안을 다시 발표했다.

시도경찰청장급에 해당하는 치안감은 경찰청장 추천과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 대통령 재가를 거쳐서 임명된다. 인사안이 최종 결정되면 경찰청이 행안부에서 받아서 발표한다. 그런데 행안부에 파견된 치안정책관(경무관)이 최종안 이전 단계의 인사안을 보내주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졌다는 것이 경찰청의 설명이다. 실무자의 실수라는 취지인데, 정상적인 정부 기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황당한 일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2일 “경찰청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해서 이 사달이 났다”고 경찰을 질책했다. 반면 경찰청은 “대통령실과 행안부, 경찰 간 크로스체크가 안 된 것”이라고 했을 뿐 뚜렷하게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작 치안정책관이 확정되지 않은 인사안을 보낸 이유가 뭔지, 왜 인사를 정정하는 데 2시간이나 걸렸는지, 행안부와 경찰 간에 인사를 둘러싼 알력은 없었는지 등 핵심적인 의문점은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은 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21일 행안부가 경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이 나오면서 경찰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장관이 21일 오후 귀국하자마자 치안감 인사가 단행됐고, 전례 없는 인사 사고까지 겹쳤다. 경찰 내에서는 ‘행안부의 경찰 길들이기’라고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은 진상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인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됐고 발표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국민과 일선 경찰의 의구심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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