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역설… 러 가스관 잠그자, 유럽 석탄발전 ‘유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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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석탄발전 최대 늘리기로 오스트리아는 폐쇄한 발전소 가동
美도 연방 원유-가스 대여 연장키로
러, 유가폭등 속 수익 50% 늘어나… G7, 러 원유 가격 상한제 추진

국제유가 폭등 속에 서방 경제제재에 대한 맞대응에 나선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 감축에 나서자 유럽 각국이 잇달아 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고강도 경제제재로 물가가 오르자 오히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수익이 확대되는 ‘제재의 역설’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복합위기가 화석연료 유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가스위기 1단계를 선포하고 석탄화력 발전소 가동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기후환경 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 화력발전을 35%까지 줄였지만 에너지 위기에 따라 2024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최대한 다시 가동하겠다는 것. 독일 정부는 19일 전력 소비량 급증에 대비해 석탄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도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폐쇄한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한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에 따라 대대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했던 유럽 국가들이 잇달아 석탄 화력발전소 재가동에 나선 것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줄인 러시아가 15일 가스 공급을 33% 추가 감축하겠다고 밝히면서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고 있던 유럽의 에너지 위기 가능성이 커진 것.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번 위기를 계기로 ‘더러운’ 석탄 연료로 뒷걸음질 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가야 한다”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역점 사업으로 내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역시 유가 급등에 새로운 ‘연방 원유·가스 대여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가 반대해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원유 및 가스 시추를 오히려 늘리기 위해 연방 정부 소유 땅을 대여해 주는 프로그램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에너지 위기를 맞은 반면 러시아는 유가 폭등으로 오히려 에너지 수출 수익이 크게 늘어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가 석유로 번 수입은 연초보다 50% 증가한 월 200억 달러(약 25조 원)에 이른다.

특히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줄인 대신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렸다. 21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842만 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5% 늘어났다.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원유 수출국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25일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일정 금액 이하의 러시아 원유 수송 선박에 대해서만 보험 가입을 허용하겠다는 것.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20일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낮춰 러시아의 수익을 줄이고 글로벌 시장 원유 공급량은 늘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제재 역설#러시아#가스관#유럽#석탄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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