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콘텐츠 거래 겸하고 NFT 활용 소유가치 높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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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미래 생존전략

최근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넷플릭스 같은 대형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한편으로, 크리에이터(creator)로 불리는 콘텐츠 제작자 혹은 제작사의 위상이 높아지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플랫폼 자체의 영향력이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보다 훨씬 컸다. 하지만 이제는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오히려 우수한 크리에이터를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또 영상 촬영과 편집 등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발전하고 비용도 저렴해지면서 이를 활용해 누구나 쉽게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크리에이터를 둘러싼 산업이 양적으로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다른 한편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이 등장하면서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콘텐츠의 소유권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도 생기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 콘텐츠는 쉽게 복제가 가능해 희소성이 떨어졌는데 NFT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게 되면서 소유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처럼 최근 콘텐츠 산업에선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기존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월 1호(346호)에 실린 콘텐츠 산업의 미래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신생 콘텐츠 플랫폼의 부상
그동안 콘텐츠 산업에서 영화와 드라마 유통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플랫폼이, 음악이나 웹툰 같은 콘텐츠의 유통은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포털 기반 플랫폼이 과점했다. 사용자가 만든 동영상(UCG)의 경우 유튜브가 거의 독점했다. 이처럼 온라인 콘텐츠 유통은 분야별로 소수의 플랫폼이 독점 내지는 과점하는 형태를 보였다. 그런데 최근 디즈니플러스, 애플TV, 쿠팡플레이 같은 다양한 신생 OTT가 등장하면서 콘텐츠 유통이 과점에서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콘텐츠 생산 부문에서도 개인 유튜버 같은 독자적인 동영상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늘어나고 넷플릭스, 카카오, 네이버 같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직접 투자를 해서 예능 프로그램이나 웹소설 같은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또 미국의 서브스택, 패트리온같이 콘텐츠 유통에 따른 수익의 많은 부분을 크리에이터에게 돌려주는 크리에이터 중심의 플랫폼도 성장하고 있다. 뉴스 플랫폼인 서브스택은 기사 작성자에게 독자들이 지불한 사이트 가입비의 90%를 지급한다. 음악, 동영상, 교육 콘텐츠 등을 다루는 패트리온은 크리에이터에게 가입자가 지불한 돈의 88∼95%를 지급한다. 이런 플랫폼들은 크리에이터에 대한 보상을 늘림으로써 고품질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를 유인하고자 한다.

다른 한편 오픈시같이 NFT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이 시장이 커지면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콘텐츠를 유통할 뿐 아니라 직접 소유권을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약 250억 원을 투자해서 만든 디지털 콘텐츠이다. 그런데 만일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을 NFT를 활용해 1000명에게만 한정판으로 소유권을 판매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오징어게임을 시청했으므로 가치가 없을까? 사용 가치는 이미 소비됐다고 할지라도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으로 인해 소유 가치가 생길 것이다. 실제로 1000명에게만 판매한다면 개당 가격은 수천만 원, 심지어는 수억 원이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앞으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과거와 달리 콘텐츠의 사용 가치뿐 아니라 소유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 크리에이터 육성, 팬 커뮤니티 활성화 중요
이처럼 다양한 신생 플랫폼의 등장과 더불어 NF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 거래가 일반화될수록 기존 콘텐츠 유통 플랫폼들의 독과점 지위는 더욱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해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콘텐츠 거래를 겸하는 전략으로 빠르게 변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유통 플랫폼도 콘텐츠 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이곳에서 자신들이 유통하는 콘텐츠를 NFT로 만들어 판매를 겸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기존 콘텐츠의 소비를 활성화해 콘텐츠의 사용 가치를 높이는 전략도 추진해야 한다. 예컨대 가입비를 낮춰 사용자를 늘리는 대신 일부 프리미엄 콘텐츠에 대해서는 더 비싼 사용료를 받거나 광고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익을 보완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수 있겠다. 또 콘텐츠를 좋아하는 팬들이 모인 충성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도 크리에이터와 팬을 함께 유인하는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경우는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 방식이 댓글 정도가 거의 유일한데, 특정 콘텐츠에 대한 팬클럽 혹은 커뮤니티를 지원하거나 제휴를 통해서 활성화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앞으로 플랫폼과 콘텐츠 크리에이터 간 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콘텐츠 플랫폼의 전략적 우위는 결국 얼마나 좋은 크리에이터를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의 뛰어난 크리에이터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좋은 방법이지만 유망한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에서 많은 활동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크리에이터는 사용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유통하고 싶은 유인이 강하다. 이런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를 얻어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이 곧 플랫폼과 크리에이터가 상생하는 길일 것이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콘텐츠#크리에이터#n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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