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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美동맹 콜롬비아에 게릴라 출신 첫 좌파 대통령

입력 2022-06-21 03:00업데이트 2022-06-21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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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 재벌 출신에 3.2%P차 승리… 34세 이하 유권자 60% 이상 지지
“경제 불평등 해소-개혁 요구 결집”
남미 12개국 중 8개국 ‘좌파 정권’… 美와 각종 정책 이견… 변화 예상
19일 콜롬비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해 콜롬비아 최초 좌파 집권을 알린 구스타보 페트로 당선인(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부인 베로니카 알코세르(가운데), 러닝메이트이자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이 된 프란시아 마르케스(앞줄 오른쪽)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보고타=AP 뉴시스
콜롬비아 대선에서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62)가 19일 개혁을 요구하는 젊은층을 등에 업고 승리해 사상 첫 좌파 대통령이 탄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페트로 당선인은 결선 투표 득표율 50.47%로 부동산 재벌 로돌포 에르넨데스 후보(47.27%)에게 약 70만 표를 이겼다.

페루 칠레 온두라스 등 ‘경제 불평등 타파’를 외친 좌파 세력이 최근 연달아 집권한 남미에서 대표적인 미국 우방국이자 보수 국가인 콜롬비아도 좌파 정권 대열에 합류한 것. 남미 12개국 중 브라질 에콰도르 우루과이 파라과이를 뺀 8개국 정부가 좌파다. 중남미에선 ‘핑크타이드’(온건 좌파 정권의 잇따른 집권) 열풍이 거세다. 페트로 당선인은 마약 코카인 제재, 대(對)베네수엘라 외교, 무역정책 등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이견을 드러내 양국 관계의 변화가 예상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사회적, 인종적 불평등으로 쪼개진 콜롬비아의 개혁을 열망한 젊은이들이 결집해 페트로를 당선시켰다고 해석했다. 디지털로 연결돼 ‘틱톡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10%대 인플레이션, 20%대 청년실업률, 40%대 빈곤율 해소를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더 수준 높은 교육, 좋은 일자리를 요구하며 전국적 반정부 시위도 주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대선 유권자 중 28세 이하 비율이 약 4분의 1(약 900만 명)로 역대 최다였다. 대선 직전 여론조사에서도 페트로 당선인은 18∼24세 유권자 68%, 25∼34세 유권자 61%의 지지를 받았다.

페트로 당선인은 석유 수출과 불법 마약시장에 의존하는 경제 체제가 부익부빈익빈을 공고히 한다며 신규 석유 개발 전면 중단, 사회(복지)프로그램 확대, 부자 증세를 공약했다. 또 당선되면 빈곤 해소를 위한 경제비상사태 선포를 예고했다. 대지주와 재벌은 토지와 기업 국유화를 우려하고 있다. 다만 양극화된 정치 지형에서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

무장 반군의 역사가 긴 콜롬비아에서는 페트로 당선인의 게릴라 활동 이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18세 때 민주화와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한 도시 게릴라 ‘M-19’에 가입해 10년간 활동했다. M-19는 대형 슈퍼마켓 트럭에서 우유를 훔쳐 빈민에게 나눠주는 등 의적(義賊)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

하지만 1985년 사법부 건물을 점령해 인질극을 벌이며 군경과 대치하다가 사상자 94명이 난 근대 이후 콜롬비아 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를 벌였다. 당시 페트로 당선인은 수감 중이었다. M-19는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어 1990년 해산한 뒤 평등 인권을 기치로 한 정당으로 변모했다. 페트로 당선인은 상원의원으로 정치인 길을 걸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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