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마 살이 24㎏ 쪘는데 그대로 경주 진행한 마사회

  • 뉴시스
  • 입력 2022년 6월 19일 12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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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마장에서 출전마가 바뀐 채 경주가 진행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당시 경주마의 개체 식별 과정에서 총체적 부실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마사회는 출주마의 체중이 직전 경기보다 24㎏이나 증가했지만, 해당마의 경기 출전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의 경우 개체 식별 과정에서 마체중이 10㎏ 이상 변하면 재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다.

이번 사고가 경마 운영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한국마사회가 부실하게 경주를 관리하다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 ‘가왕신화’ 한 달 만에 279㎏→303㎏ 체중증량?

19일 뉴시스 제주본부가 파악한 렛츠런파크 제주 경주시행기록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10일 오전 ‘가왕신화’(4·암)의 체중은 303㎏으로 측정됐다.

직전 경기(5월14일)에서 279㎏였던 체중이 불과 한 달 사이 24㎏이나 증가한 것이다.

조교사의 철저하고도 세심한 관리를 받는 경주마의 급격한 체중변화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고 업계 종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제주경마장에서 근무하는 한 마필관리사는 “휴양을 다녀온 말도 아닌 가왕신화의 체중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24㎏이상 증가할 확률은 매우 드물다”며 “개체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면 경마가 공정하게 이뤄진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마필관리사는 “24㎏ 이상 살이 찐 말을 경주 시작 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면 그 과정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직무유기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다”면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20㎏ 이상의 마체중 변화가 감지됐다면 체중계의 오작동이나, 출전 마필이 바뀌었을 경우까지도 상정해 재검증 절차를 거쳐 경주 시작 전 오류를 바로잡는다게 마필관리사들의 설명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초등학생도 하지 않을 실수다”며 “경주마 한 마리가 경기에 출전하기까지 어떠한 관리와 확인을 거쳐 경마팬들에게 선보이게 되는지 그 과정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 할 일”이라고 했다.

마사회는 개체 확인 과정에서 실수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출주마 오류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마사회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마필 확인 과정에 있었던 관계자들에 대한 자체 감사가 충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가 나오면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밝혀질 것이다”고 말했다.

◇ 불안정한 마필관리사 고용구조에서 발생한 헤프닝?


일각에선 이번 사고가 조교사협회와 마필관리사 간 고용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발생한 어처구니 없는 ‘헤프닝’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실제 사고 당일인 지난 10일 제주경마장 마필관리사들은 조교사 협회의 ‘근로계약 해지 통보’를 기화로 정문 앞에서 집회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출주마에게 경주에 필요한 안장과 부속 장구를 채우며 각종 검사를 실시하는 장안소에서 마필관리사와 조교사간 유기적인 업무협조가 이뤄질 수 없었던 상황인 셈이다.

혼자서 모든 과정을 담당한 조교사의 업무과중과, 경마 종사자간 갈등을 방기한 마사회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경마공원지부 소속 마필관리사들은 지난 17~18일 제주도청과 제주시청에서 집회를 열어 “마사회가 중재하지 않고 오히려 외부인력충원의 고용승인을 통해 노사관계를 더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고는 지난 10일 렛츠런파크 제주경마장에서 열린 제2경주에 출전 명단에 없던 ‘아라장군’(7·거)이 경기를 뛰면서 알려졌다. 2번 마필로 출전 예정이던 ‘가왕신화’(4·암)는 온데간데없고 엉뚱한 말이 대신 경기에 나선 것이다.

마사회는 경기 당일에는 ‘출전마 오류’ 사고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다가 다음날인 지난 11일 오전 민원을 접수하고서야 비로소 사태를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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