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블랙리스트 의혹’ 백운규 구속은 못시켰지만 윗선 수사 총력

  • 뉴시스
  • 입력 2022년 6월 16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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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연루된 백운규 전 장관이 구속을 피했지만 법원이 혐의가 대체로 소명됐다고 밝히면서 향후 검찰의 청와대 등 윗선 개입 의혹 규명에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전날 백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로 백 전 장관에게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적다고 밝히면서도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밝히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보통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 없다 결정을 내리는 데 그치지만 법원이 이같이 밝혔다는 건 재판에서 충분히 유죄로 인정될 만큼 혐의가 소명됐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혐의가 인정되지만 불구속 결정이 내려진 건 법원이 밝힌 사유로 인해 구속 수사를 진행할 필요성까진 충분치 않고 최종적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에 혐의 유무를 보고 구속 여부를 판단해도 될 것 같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백 전 장관과 사실상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올해 초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 받은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백 전 장관 역시 직권남용 혐의 유죄 가능성이 높아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혐의가 소명됐다는 설명을 붙였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019년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내라고 종용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은 당시 환경부 인사가 관행에 가까워 김 전 장관의 혐의가 명확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 등으로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하지만 2019년 4월 재판에 넘겨져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영장심사에서 과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참고됐을 것이고 인사 관련한 직권남용이 어떤 기준에 의해 불법과 합법으로 나뉘는지 기준에 따라서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부분적으로 나마 백 전 장관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하면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가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만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박 의원이 청와대 근무 시절 산업부 관계자들과 접촉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 종용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황이 의심되는 이메일 등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당시 청와대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다른 고위 인사들 역시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어 보인다.

다만, 백 전 장관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현재 검찰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박 의원에 대한 수사도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추가 및 보강수사를 통해 다툴 여지가 있는 혐의에 대해 확실히 소명한 뒤 본격적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다. 현재 검찰은 법원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하며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백 전 장관은 산업부 장관 재직 시절 13개 산하기관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혐의 등을 받는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후임기관장 임명 관련해 부당지원을 한 혐의, 한전 KPS가 후임기관장 임명 전 시행한 내부인사에 대해 취소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백 전 장관은 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나오면서는 “현명한 판결을 해주신 재판장께 감사하다”며 “앞으로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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