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성차별 겪은 날, 소설 주인공이 말 걸어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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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저자 보니 가머스 인터뷰
1960년대 여성 화학자 성공 그려
“과학계 유리천장 여전히 존재해”
애플TV+ 드라마로 내년 공개

소설 ‘레슨 인 케미스트리’의 저자 보니 가머스는 “1960년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파악하기 위해 여성에게 가정주부 역할을 강요하던 당시 분위기를 비판한 베티 프리던의 책 ‘여성성의 신화’를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세리나 볼턴 제공
소설 ‘레슨 인 케미스트리’의 저자 보니 가머스는 “1960년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파악하기 위해 여성에게 가정주부 역할을 강요하던 당시 분위기를 비판한 베티 프리던의 책 ‘여성성의 신화’를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세리나 볼턴 제공
9일 출간된 소설 ‘레슨 인 케미스트리’(다산책방)는 애플TV플러스 드라마로 제작돼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캡틴 마블’ 역으로 유명한 배우 브리 라슨이 원작을 보고 먼저 출연을 제안했다. 소설은 2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22개국에 판권이 수출됐다. 여성 과학자가 드물던 1960년대 화학자 엘리자베스 조트가 편견을 이기고 TV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로 성공하는 과정을 그렸다. 당시 여성들의 식사 준비는 허드렛일로 취급받았는데 요리를 마치 화학실험처럼 소개하는 조트의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끈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저자 보니 가머스(65)의 데뷔작이다. 오랜 세월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뒤늦게 유년시절 꿈을 이뤄 소설가가 된 그를 최근 화상으로 만났다. 가머스는 “책의 첫 장을 쓴 5년 전 그날이 아직도 기억난다”며 입을 열었다. 당시 과학기술 분야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그는 남성이 대부분이던 조직에서 성차별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회사에서 제가 발표를 했는데 아무도 반응이 없다가 똑같은 아이디어를 남자 상사가 발표하니 다들 좋다고 하더군요. 회의실에는 저만 여자였어요. 그런 식으로 제가 한 일이 다른 남성의 공으로 돌아간 적이 많았어요. 그날 화가 난 상태로 집에 와 책상에 앉았는데 조트가 저에게 말을 걸더군요. 노트북을 열고 첫 장을 쓰기 시작했어요.”

조트는 명석한 화학자이지만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조트의 실력보다 그의 외모에 관심을 보인 대학원 지도교수는 자신의 구애를 거절한 조트에게 누명을 씌워 박사 과정에서 쫓아낸다. 조트는 어렵사리 연구소에 들어가지만 남성 과학자들은 그의 성과를 가로챈다.

“책을 낸 후 수백 명의 여성 과학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어요. 그들은 책에 묘사된 1960년대 실험실 풍경과 그들의 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더군요. 승진이 어렵고, 논문 아이디어를 도난당하는 상황이 많다고요. 과학계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존재해요.”

책이 성공을 거둔 만큼 그가 드라마에 거는 기대도 크다. 드라마 제작팀 구성원의 면면도 화려하다.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2000년) 각본가로 유명한 수재나 그랜트가 각본을 맡았다. 주연 조트 역의 라슨은 총괄 프로듀서로도 참여한다. 그는 “책을 읽은 라슨이 ‘엘리자베스 조트를 스크린에 그대로 살려내고 싶다’고 연락해 왔다”며 “라슨은 페미니스트이자 훌륭한 배우이기에 조트를 훌륭하게 연기해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사내 성차별#과학계 유리천장#보니 가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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