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화 1625만통… 64%는 안 받거나 거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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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지방선거 전화 여론조사 분석

“업무에 집중하다가 모르는 전화를 받아보면 어김없이 여론조사더군요. 맥이 탁 풀렸습니다.”

서울의 40대 직장인 조모 씨는 지난 6·1지방선거 기간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조 씨는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전화가 많이 왔다”고 돌이켰다. 동아일보 분석 결과 이번 지방선거 기간 여론조사 전화가 늘어 피로감을 느꼈다는 세간의 인식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여론조사 건수, 전화 횟수 모두 늘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운동 개시일(5월 19일)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일 전날(5월 25일)까지 7일 동안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심의위)에 결과가 등록된 여론조사 전화 횟수는 모두 1624만5204통이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당시 같은 기간(1426만2573통)보다 198만2631통(13.9%)이 늘어난 것이다. 분석 기간 등록된 여론조사 건수 역시 올해 지방선거가 389건으로 4년 전(225건)보다 72.9% 늘었다.

심의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선 총 1881건의 전화여론조사가 진행됐다. 분석 기간의 조사 건당 평균 통화 횟수(약 4만1800통)를 고려하면 여론조사 업체들은 이번 지방선거 때 모두 8000만 통에 가까운 전화를 유권자들에게 건 것으로 추산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주목도가 높다 보니 너도나도 조사에 나선 결과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올해 지방선거는 4년 전에 비해 경기, 충청 등 접전 지역이 많았기 때문에 심의위를 통해 공개되지 않는 정당이나 선거캠프의 여론조사 수요도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했다.
○ 10명 중 6명은 전화 안 받거나 거절
잦은 조사 전화에 피로해진 유권자들이 전화를 거부하는 경우도 늘었다.

올해 지방선거 여론조사 전화 가운데 63.8%(1036만9043통)는 유권자가 전화를 받지 않거나, 전화를 받은 뒤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4년 전(55.4%)보다 8.4%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특히 통화 중이거나 부재중 등의 사유로 전화를 아예 받지 않은 건수가 693만3169건으로 4년 전(489만339건)에 비해 41.8% 급증했다. 발신자를 알려주는 통화 애플리케이션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여론조사임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지 않는 유권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유권자들의 전화 여론조사 피로감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인터넷 조사 확대나 여론조사기관 등록 요건 강화 등이 거론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대책을 고심 중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선거 여론조사 건수나 전화 횟수에 대한 제한은 없다”며 “부정확한 여론조사를 줄이고 시민들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전화를 줄이려면 자신이 가입한 이동통신사에 ‘여론조사기관 가상번호 제공 거부’를 요청하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임의전화(RDD) 방식의 조사 전화는 여전히 걸려 올 수 있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여론조사#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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