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출 전직 고위층들, 해외서 호화생활”[사람,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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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국가안보보좌관 모히브, 가족과 플로리다 고급 주택 거주
우버 운전 한다던 前재무 파옌다, 100만달러 부동산 현금 구입설

아프간 국가안보보좌관 출신 함둘라 모히브(왼쪽)와 재무장관 출신인 할리드 파옌다
아프간 국가안보보좌관 출신 함둘라 모히브(왼쪽)와 재무장관 출신인 할리드 파옌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기 직전인 지난해 8월 15일 아슈라프 가니 당시 대통령이 전용 헬기에 돈 가방을 싣고 도망칠 때 그의 옆에는 국가안보보좌관 함둘라 모히브(39)가 타고 있었다.

이후 10개월 동안 수많은 아프간 국민이 피란을 떠났고 고국에 남은 이들은 탈레반의 폭정에 고통받고 있지만 모히브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의 고급 주택에서 가족과 살고 있다. 방이 4칸인 그의 집 정원에는 야자수가 멋들어지게 늘어서 있다. 32세 때 미국 주재 아프간 대사를 지냈던 모히브는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왔고 부인 역시 미국인이다. 그는 카불 함락 직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5성급 호텔 샹그릴라에 가족을 대피시켰고 이후 함께 미국으로 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프간을 탈출한 일부 정치인과 고위 인사가 해외에서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가니 전 대통령의 측근 겸 재무장관이던 에클리 하키미는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부동산 10여 채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자택에는 침실 5개와 수영장이 딸려 있다. 압둘 라시드 도스툼 전 부통령은 터키 수도 앙카라의 고급 저택에, 무스타파 무스투르 전 경제장관은 UAE 두바이의 고급 콘도에 산다.

또 다른 재무장관 출신인 할리드 파옌다(41)는 미 수도 워싱턴 인근에 부동산 2개를 소유한 것이 확인됐다. 그가 최근 100만 달러(약 12억8000만 원)가 넘는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설도 제기됐다. 그가 미국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우버 운전사로 일한다는 사연이 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재력가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이 고조되자 파옌다는 트위터로 “집을 사면서 45만 달러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내 재산은 100만 달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모히브 또한 최근 UAE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내 명의로 된 재산은 없다. 모두 아내나 가족 소유”라고 주장했다. WSJ는 해외의 수많은 아프간 피란민이 생활고와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전직 고위층들의 삶은 매우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아프간#탈레반점령#탈출#고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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