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소음피해 심각” vs “이전땐 여객수요 감당못해”[인사이드&인사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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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이전놓고 찬반 공방

김포국제공항 활주로에서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김포국제공항 활주로에서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지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6·1지방선거에 나선 같은 당의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나란히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내놨다. 골자는 김포공항을 인천국제공항과 합치고, 기존 김포공항 자리엔 20만 채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지역사회, 항공업계 등에서는 실효성과 현실성 등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김포 지역 주민들의 항공기 소음 피해를 해결하고 미래 항공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공항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반면 공항 이전에 따른 비용 및 경제적 효과, 미래 항공 교통량 등을 따져 봤을 때 김포공항 이전은 표를 의식한 ‘공약(空約)’이라는 주장이 맞붙었다.》



○“공항 인근 주민 피해 크다” vs “김포공항만의 필요성 있다”

김포공항 이전 찬성론자들은 공항 이전 필요성을 우선 김포공항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에서 찾는다. 김포공항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 때문에 소음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에서 정한 김포공항 주변 항공기 소음대책 지역(75웨클 이상·웨클은 항공기 소음 평가 단위)에는 2만80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수면 방해나 난청 등의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은 소음대책 지역 거주민들에게 방음 및 냉방시설, 전기요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방세 감면 등의 추가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피해는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차라리 소음 피해가 덜한 지역으로 공항을 이전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김포 지역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기도 한다. 공항 주변 건물 고도제한으로 각종 부동산 개발에 제약이 생겨 집값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이재명 당시 후보도 부동산 개발에 방점을 뒀다. 김포공항을 이전한 자리에 주택 20만 채 이상을 공급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의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이었다. 이른바 ‘김포공항 이전·수도권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였다. 김포 지역은 서울 도심 접근성이 좋아 매력적인 신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송영길 후보 역시 “김포공항이 이전하면 인근 부지까지 1200만 평의 새로운 강남이 들어선다. 첨단산업을 유치해 제2의 판교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포공항이 떠나더라도 그 땅에 아파트 20만 채 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포시 인근의 한강신도시 면적은 총 10.87km²이다. 8.44km²인 김포공항 부지보다 2.43km² 넓다. 그런데 한강신도시에 들어선 총 주택 수는 5만660여 채다.


항공업계에서도 김포공항 이전이 ‘득보다 실이 크다’며 반대한다. 우선 인천공항이 김포공항의 여객 수용력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다. 인천공항은 현재 제4 활주로 완공과 1, 2 활주로 공사, 제2터미널 확장 등 4단계 확장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4년엔 국제선 여객 1억600만 명을 수용하는 세계 3대 공항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국토부의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안에 따르면 인천공항 연간 이용객 수는 2030년 9500만 명, 2035년 1억1356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 상황을 낙관적으로 가정한다면 이 추정치보다 10∼15% 정도 숫자가 더 커진다. 김포공항의 연간 여객 수도 2030년 2953만 명, 2035년 3063만 명으로 전망된다. 2030년의 두 공항 여객 수요 약 1억2453만 명은 인천공항의 수용 능력인 1억600만 명을 훌쩍 넘어선다. 연간 여객 처리량을 1억3000만 명으로 늘리는 인천공항 5단계 사업(제5 활주로 및 제3 터미널)은 아직 검토하는 단계일 뿐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바 없다.

또한 김포공항은 현재 인천공항으로 접근하는 항공기의 비상사태 발생 시 ‘대체공항’으로의 기능도 있다. 실제 2019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으로 오던 아시아나항공의 대형 여객기 A380이 인천 지역 태풍으로 서너 차례 착륙에 실패하자 김포공항에 내린 적이 있다. 당시 항공기 탑승객 A 씨는 “김포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아찔하다”고 말했다.

○“합쳐야 인천공항 경쟁력 확대” vs “공항 복잡해져 경쟁력 하락”


인천공항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김포공항 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포공항의 기능과 수요를 인천공항에 더하면 인천공항의 허브 공항 경쟁력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여객 운송량 확대뿐 아니라 항공 정비(MRO) 사업과 전용기 사업 등의 이전으로 거대한 공항 경제권이 만들어진다는 논리도 가세했다. 지난해 10월 인천시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은 “인천공항은 2024년까지 4단계 건설 사업을 완료해 세계 3위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통합 운영을 통해 주요 기능을 강화하고 공항 주변 지역도 개발해야 한다”며 김포-인천공항 통합을 추진했다.

다만 공항의 현실을 따져 봐야 한다는 반박이 나온다.

2019년 운항 통계를 기준으로 인천공항은 시간당 최대 63대, 김포공항은 최대 30대가 운항했다. 단순 합산 시 시간당 90대가 넘는 항공기가 운항하게 된다. 국내 대형 항공사의 한 기장은 “현재 인천공항은 시간당 90대 처리가 한계다. 1∼4활주로가 모두 돌아가면 시간당 처리 대수가 107대로 늘어나지만, 미래 운항 수요를 고려하면 두 공항 통합 시 처리 한계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주변은 공군 훈련 구역이 많고 휴전선이 근접해 공항으로 들어오는 길목이 좁다. 그래서 인천공항은 제4활주로 시행 이후 좁은 공역에서 많은 항공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트롬본 방식’이라는 비행 절차를 도입했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ㄹ’자 형태로 줄을 서는 것처럼 악기 트롬본을 닮은 모양으로 비행기를 줄 세우는 것이다. 또 다른 기장은 “인천공항 비행기 이착륙은 항공기 간 5마일(약 1분 30초∼2분)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 시간이 더 짧아지면 인천은 세계적으로도 복잡한 공항이 돼 경쟁력이 떨어지고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항이 선거 때마다 정치적 이슈로 등장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항 이전이든 보류든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국가적인 이익과 손실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공항 정책은 먼 미래를 보고 균형성, 전문성, 기술적인 면,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김포공항#소음피해#여객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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