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백운규 前장관에 구속영장…文정부 본격 수사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3일 2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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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후 대전 서구에 있는 대전지법에서 법정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2.06.07. 뉴시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후 대전 서구에 있는 대전지법에서 법정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2.06.07. 뉴시스
검찰이 13일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를 신호탄으로 문재인 정부를 대상으로 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일단 15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백 전 장관 구속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만약 이날 백 전 장관이 구속될 경우 이번 수사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윗선 수사’로 급속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직서 강요 외에 두 혐의 추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백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3가지 혐의를 적시했다. △임기가 남은 산하기관장 13명에게 사직서 요구 △A 산하기관 후임기관장 임명을 위한 부당 지원 △B 산하기관장이 후임기관장 임명 전 시행한 내부 인사 취소 지시 등이다. 백 전 장관이 산하기관장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종용했다는 2019년 1월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고발 내용 외에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특히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B 기관장은 2017년 말 사표 제출을 종용받은 뒤 산업부 관계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부 간부를 대상으로 내부 인사를 단행했다가 이를 취소하라는 지시를 받고 결국 인사를 원래대로 돌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은 자택과 한양대 연구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난 달 19일 기자들과 만나 “항상 법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업무를 처리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9일 14시간 동안 백 전 장관을 조사하고 4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를 두고 압수수색 등을 통해 백 전 장관이 산하기관장 교체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한 물증과 진술 등을 충분히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백 전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자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추가 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가능성도 있다.

백 전 장관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재판 공소장에도 혐의 관련 내용이 일부 나온다. 공소장에는 백 전 장관이 산업부 직원들에게 “탈원전 반대 인사 등 신정부 국정철학과 함께 갈 수 없는 인물 등에 해당하는지 분류하고, 문제 있는 인사 퇴출 방안을 검토하라”, “사장 이사 감사 등 인사와 관련해 한나라당 출신, 탈원전 반대인사, 비리 연루자는 빨리 교체해야 한다”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청와대 윗선 수사 주목
검찰이 한 공공기관장으로부터 “사퇴 종용 과정에서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실이 언급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만간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팀은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의 윗선인 조현옥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려 했다. 하지만 2019년 4월 법원이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을 “피의 사실과 직접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면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검찰은 일단 백 전 장관의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다른 부처에서도 유사한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만큼 관련 의혹들에 대한 수사가 다각도로 진행되다보면 ‘윗선’에 대한 진술이나 증거가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고 했다. 동부지검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산업부 외에 과기정통부, 교육부, 통일부, 국무조정실 등으로 확대할지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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