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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화물연대 파업 손실 눈덩이, ‘노사 자율’만 강조할 때 지났다

입력 2022-06-13 00:00업데이트 2022-06-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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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항 게이트 막고 선 화물트럭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10일 오후 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화물연대 전남본부 노조원들이 화물트럭을 배치하고 투쟁을 벌이고 있다. 2022.6.10/뉴스1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6일간 이어지면서 기업 손실과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져 하루 2000대씩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부산·인천항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소의 20% 밑으로 하락했다. 시멘트 수송이 중단돼 레미콘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전국 건설현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소주 출하가 줄어 편의점주, 식당 주인들은 소주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여름철을 맞아 주문한 에어컨 배달도 늦어지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 행태도 문제다. 이번 파업은 단순한 운송 거부를 넘어 불법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급한 물량을 실어 나르는 대체 운송차량 앞에 드러누워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된 사람이 어제까지 50명에 육박했다.

이번 파업의 최대 쟁점은 낮은 운임이 화물차 사고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2020년부터 3년간 컨테이너, 시멘트 운송 차량에 한시 도입한 안전운임제다. 화물연대 측은 경유값 인상으로 차주들이 타격을 받았다며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다른 화물 분야로 대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화물주들은 교통안전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물류비 부담만 갑절로 늘었다며 예정대로 올해 말 종료를 원하고 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협상 주체의 문제가 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적용 대상 확대를 확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의 이해 당사자가 자영업자인 차주와 기업 등 화물주이고, 법 개정은 국회 일이란 점을 들어 “원만한 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가 법과 원칙, 중립성을 가져야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역량이 축적된다”고 말한 연장선상에서 중재자 역할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파업의 초점이 제도의 개폐, 운영과 관련돼 있고, 대외 경제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더 이상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화물연대 역시 물류를 마비시키는 불법 행동을 중단하고 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 충돌을 계속한다면 화물차주와 기업, 정부 모두가 패배자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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