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11초’ 엄원상에게 20분이면 충분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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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군입소 앞둬 대표팀 합류
칠레전 교체 투입돼 빠른 발 자랑
후반 위협적 돌파로 눈도장 받아
남은 2경기 조커 활약 가능성 커

엄원상(23·울산·사진)은 파울루 벤투 감독(53)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29번째 선수다. 6월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4경기를 위해 소집된 선수들 중 가장 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엄원상은 지금 우즈베키스탄에 있어야 한다. 23세 이하(U-23) 아시아 챔피언십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고 있는데 엄원상은 U-23 대표팀에 발탁됐었다. 그런데 황희찬(29·울버햄프턴)이 6일 칠레와의 A매치까지만 뛰고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입소하게 되면서 엄원상도 벤투호에 합류하게 됐다. 황선홍 U-23 감독(54)은 엄원상을 벤투호에 보내면서 “우리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인데 많이 아쉽다”고 했다.

엄원상은 칠레와의 평가전 후반 31분에 나상호(26·서울)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후반 추가시간까지 20분이 채 안 되는 움직임이었지만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자신의 세 번째 A매치에서 교체 투입 5분 만에 폭발적인 스피드로 수비 지역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칠레 골문까지 내달리는 모습은 독보적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앙으로 쇄도하던 손흥민(30·토트넘)에게 크로스 연결까지 시도했다.

대표팀에서 엄원상의 활약은 국내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에서부터 예고됐다. 엄원상은 올 시즌 리그 15경기에서 6골 4도움으로 득점 7위다. 공격 포인트에서 2020년의 23경기 7골 2도움을 넘어선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홍명보 울산 감독(53)은 “대표팀 소집 명단이 발표됐을 때 엄원상의 이름이 없다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만큼 엄원상의 컨디션이 좋다”고 했다.

지난 세 시즌을 광주에서 뛴 엄원상은 올 시즌을 앞두고 독일 헤르타 베를린으로 이적한 이동준(25)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100m를 11초대에 뛰는 스피드를 지닌 엄원상은 울산에서 섬세한 인사이드 공략법까지 갖춘 해결사로 발돋움했다. 홍 감독은 “직선 플레이가 아주 무서운 선수였는데 섬세한 플레이를 터득했다. 여기에 경기를 읽는 능력까지 장착하면서 수비수가 두려워하는 선수로 성장했다”고 엄원상을 평가했다.

엄원상은 10일 파라과이, 14일 이집트 등 남은 두 차례의 평가전에도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칠레전처럼 상대가 체력적으로 지쳤을 때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역습에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 또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골까지 넣는 능력도 뛰어나 주전 선수들이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로 빠졌을 때 1순위 대체 카드로도 가능하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 온 미드필더 자원들이 있어 엄원상이 바로 주전으로 뛰긴 힘들겠지만 칠레전처럼 판을 흔드는 조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도 엄원상의 존재는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올 시즌 완연히 업그레이드가 된 엄원상은 월드컵 본선에서 커다란 무기가 될 선수다. 주전 선수가 아니어도 교체 선수로 들어섰을 때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엄원상#황희찬#칠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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