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영]이제 보수 vs 진보 ‘교육 실력’ 겨루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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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 결과 진보 9, 보수 8로 반분
추락한 기초학력 경쟁적으로 끌어올려라

이진영 논설위원
이진영 논설위원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 결과 진보 대 보수 교육감 비율이 9 대 8로 나뉘었다. 8년간의 진보 교육 독주에 대한 피로감을 반영한 결과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반반으로 갈라진 교육 지형은 해묵은 교육 논쟁을 일단락 지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진보와 보수 교육 중 어느 쪽이 좋으냐는 논쟁이다.

진보 진영은 평준화 교육을 지향한다. 자사고나 특목고 같은 ‘귀족학교’를 인정하면 학생 간, 학교 간 서열화로 학벌 세습만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자사고 특목고를 폐지하는 대신 진보의 간판 브랜드로 내세운 것이 경쟁에서 자유로운 혁신학교다. 보수 진영은 평준화 정책이 ‘붕어빵 교육’,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뿐이며 다양한 학교에서 수준별 학습을 하는 것이 서민층 학생에게도 득이 된다고 본다. 또 자사고와 특목고 같은 명문 학교가 있어야 인구 유입으로 지방 경제도 산다고 주장한다.

교육의 성과를 가늠하는 기준은 다양하고 장기적 효과까지 아울러야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교육감 임기 4년은 단기 성과를 평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며, 진보든 보수든 최소한 세 가지 평가 기준에는 동의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학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다. 진보 교육감 시대 8년간 기초학력 미달자만 급증한 게 아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 한국은 상위권 학생은 줄고 하위권은 늘어나 학력 최상위 국가에서 중위권 국가로 추락했다. 현재 일부 학년의 3%만 표집해 실시하는 학업성취도평가를 초중고교생 전수평가로 확대하자. 지역별 학력차가 있으니 절대 점수를 비교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그 대신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성적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기초학력 미달자는 얼마나 줄었는지 학교별 지역별로 평가해 발표하자.

둘째 기준은 학생들의 만족도다. 학교생활이 즐거운지, 교사의 수업과 생활지도에 만족하는지,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미래에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자신이 있는지 등을 물어보자. 시험 부담이 없는 혁신학교를 좋아할 수도 있고, 힘들지만 성적을 올려주는 학교에서 자신감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교육부가 매년 학교생활 만족도를 조사하고 있으니 이를 확대 시행하면 된다. 만족도 역시 절대적인 수치보다는 매년 얼마나 높아지는지 비교하자. 만족도 평가는 학력평가를 보완해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부가 매년 조사하는 사교육비 증감 정도다.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면 계층별 학력 양극화가 심해진다. 공교육이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교육비를 경쟁적으로 줄여보자.

교육성과를 비교 평가하는 궁극적 목적은 진보와 보수 어느 쪽이 유능한지 판정하는 데 있지 않다.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정확히 알아야 수업 난도도 조정하고 보충 교육이 필요한 학생도 가려낼 수 있다.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에 집중 지원해 예산 집행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교사들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다. 우수 인재들이 몰리는 공교육이지만 경쟁력은 사교육에 한참 못 미친다. 임용되면 성과와 무관하게 경력에 따라 월급 받고 62세 정년까지 가기 때문이다. 성과가 부실한 교사는 걸러내고, 성과가 좋은 교사와 학교엔 보상해 교직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자. 평가 데이터가 쌓이면 교육 정책 개선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전국 교육청을 반반으로 나눠 가진 진보·보수 교육감들이 치열한 교육 경쟁을 통해 공교육의 질을 한껏 끌어올리기 바란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보수#진보#교육 실력#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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