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는 거미줄처럼 복잡한 구조… 추간공확장술 후 치료 기간-예후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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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혜병원
추간공, 인대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고 환자마다 크기-위치-진행정도 달라
시술 후 회복 속도도 개인차 있어 후속 연계 치료, 통증 관리 필요

추간공확장술 개발자로 한미일 특허를 보유한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병원장 시술 모습. 서울 광혜병원 제공
추간공확장술 개발자로 한미일 특허를 보유한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병원장 시술 모습. 서울 광혜병원 제공
척추관 협착증, 허리 디스크, 척추 유착성 질환 등 다양한 척추질환에 대한 비수술적 치료방법으로 추간공확장술이 꾸준히 적용되고 있다. 서울 광혜병원 척추통증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행된 추간공확장술이 2만5000례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간공확장술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시술 후 예후나 후속 치료 기간은 환자마다 다르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척추 구조의 복잡성 때문이다. 척추 중 허리의 요추부만 봐도 5개 마디로 구성된다. 각 마디 연결 부분에 상하로 위치한 척추뼈 파임이 만나서 생기는 추간공도 양쪽으로 5개씩 총 10개다. 추간공 통로를 통해 척추관을 지나는 중심부 신경다발에서 양쪽으로 갈라진 신경가지가 지나게 된다. 이 외에도 자율신경이나 혈관이 지나고 추간공 주변은 척추체와 추간체(디스크), 후관절 등의 다양한 인체조직이 있다. 추간공 내·외측에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인대까지도 이러한 인체조직 사이에 위치한다. 따라서 협착과 유착에 더욱 취약하다.

둘째, 척추와 추간공은 환자마다 세부적인 크기나 위치가 모두 천차만별이다. 즉, 척추 요추부에서 4번째와 5번째 사이의 L4-5 추간공만 봐도 양쪽 추간공뿐만 아니라 이어진 중심부 척추관조차도 개인별로 크기가 다 다르다.

또한 △추간공을 구성하는 척추뼈 파임의 크기 △추간공의 배쪽(전방) 공간의 경계면이 되는 추체나 디스크의 크기 △추간공의 등쪽(후방) 공간의 경계면이 되는 추궁이나 황색인대의 크기 등 개인차가 크다. 이는 우리가 기성 양복을 구매할 때 신체 각 부분이 미세하게 달라서 여러 부위를 조금씩 수선하는 이유와 매우 흡사하다.

그 결과 척추관협착증 또는 허리디스크 탈출이 진행된 방향과 정도가 유사해도 환자가 느끼는 통증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통증에 대한 주관적 민감도도 개인차가 크므로 더욱더 그 편차가 심할 수 있다.

추간공 내외측의 인대와 황색인대를 절제하여 추간공을 넓혀주는 추간공확장술 모식도.
추간공 내외측의 인대와 황색인대를 절제하여 추간공을 넓혀주는 추간공확장술 모식도.
셋째, 척추 관련 통증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매우 복합적이다. ‘병소의 구체적인 발생 위치’ 측면에서도 △해당 마디 중 어느 마디 추간공이 문제인지 △동일 마디 추간공 중 한쪽(좌측 우측)인지 양쪽인지 △추간공 중 어느 부위(내측·중앙·외측)의 양상인지 등으로 다르다.

‘해당 병소의 발생 원인’도 해당 추간공이 좁아진 물리적 원인(뼈 조직·인대·디스크)이 무엇인지, 생화학적 원인에 의한 염증이 나타났는지에 따라 다르다. 여기에 통증의 원인으로 신경가지 외 자율신경이나 혈관의 영향이 있는지, 관련 신경에 손상이 발생했는지 등의 기타 요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시술 부위도 한 번에 여러 마디를 동시 진행할지, 순차적으로 진행할지, 순차적으로 진행을 한다면 어느 마디를 우선적으로 진행할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요소를 근거로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넷째, 척추질환의 진행 정도가 개인별로 차이가 크다. 만약 추간공의 비슷한 위치에서 발병한 척추관협착증 때문에 동일한 시술을 받는다고 해도 1차로는 개인적인 세부 구조의 크기 차이, 2차로 개인별로 진행된 협착의 물리적 정도 차이가 존재한다. 그 결과 추간공으로 빠져나가는 신경가지가 물리적으로 압박되는 정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생화학적 원인에 의한 유착이나 염증이 해당 부위에 발생한 정도도 관련 통증의 차이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이에 동일한 인적요소(주치의와 시술팀), 환경요소(시술 환경), 물적 요소(의료기기와 장비)를 기반으로 동일한 방식의 시술을 진행하더라도 인대를 절제해 추간공을 넓혀주는 과정에서 신경가지에 미세하게 접촉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시술 직후 신경의 부기에도 개인차가 불가피하다. 어떤 경우는 시술 직후에 바로 즉각적인 통증 완화를 경험하는 반면에 오히려 일시적으로 통증이 좀 더 증가했다가 서서히 통증 완화를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다섯째, 기저 질환이나 과거와 현재 병력도 시술 이후에 회복되는 속도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요소가 환자의 면역력이나 회복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시술 전 다양한 검사를 통해 염증 수치 지표를 확인한 결과 시술 후 염증 관련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바로 시술을 진행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시술 중 투여와 시술 후 복용하는 약제와 관련해 알레르기나 이상반응 이력을 확인하는 것도 시술 후 회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개인차를 고려한 예비 조치로 볼 수 있다. 특히 시술 후 배변, 배뇨 관련 이상 증상이 나타나거나 감각이상, 마비와 같은 특이한 이상 등이 나타나는 경우는 빠른 내원과 별도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병원장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수술이 필요한 단계까지 가기 전에 최대한 비수술적으로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동일한 시술 후에도 왜 예후나 치료 기간이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요인과 이유를 잘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를 토대로 시술 후에 관련 증상이나 통증이 일시적으로 악화됐다고 중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시술 후 주의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며 “추간공확장술 이후 후속 연계되는 치료 방안들에 대해서도 잘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일 기자 moragoheyaji@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서울 광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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