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고 싶어요”…비자 받으러 줄선 일본인 수백 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일 2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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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특파원 mettymom@donga.com


1일 오전 8시경 도쿄 미나토구 아자부주반의 주택 골목길. 일본인들 수백 명이 맛집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듯 100m 가까이 줄을 서 있었다. 한국 여행에 필요한 관광 단기 비자 신청을 위해 이곳에 있는 주일본 한국대사관 영사부가 오전 9시 문을 열기도 전에 모여든 것이었다.

오전 7시부터 기다렸다는 20대 토모카씨는 “사람들이 엄청 몰려들 것이라 생각해 일찍 왔다”며 “어렸을 적부터 친했던 한국인 언니의 결혼식을 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코로나19) 발생 전 한일 양국은 무비자 협정에 따라 비자 없이 여행 등 90일간 단기 체류가 가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 3월 무비자 협정이 중단됐다.

김민지 특파원 mettymom@donga.com
한국 외교부는 이날부터 비자를 받으면 한국 관광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2년여 만에 한국 여행을 가려는 일본인들이 몰린 것이다. 무지바협정이 재개된 것은 아니어서 일본인들은 일반 관광비자를 받아야 한다. 접수 뒤 비자가 나오기가지 3~4주가 걸린다.

BTS와 배우 박서준을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첫 한국 여행을 준비했다는 쿠미 씨는 “직접 비자 서류를 작성하기가 어려웠지만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신청자가 몰리면서 아침 일찍 찾아온 일본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국 영사관이 이날 200명까지만 비자 신청을 접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BTS 팬이라는 에리 씨는 오전 10시경 도착해 번호표를 받지 못했다. 그는 “화장품부터 칫솔까지 일상용품 대부분 한국 것을 쓴다”며 “한국 물건도 꼭 사야 하고 7월 9일이 BTS 팬클럽 ‘아미’가 결성 기념일이라 비행기 티켓부터 끊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비자 신청서를 접수하겠다”며 더 기다리겠다고 했다.

한국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2년 반 만에 한국에서 만날 예정이라는 사에구사 씨는 “비행기 표만 사면 한일을 오갈 수 있었던 예전처럼 하루 빨리 무비자 협정이 재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경택 주일 한국대사관 총영사는 “코로나19 이전 인적 교류 수준을 회복하기 위한 한일 협력이 절실하다”며 말했다.



도쿄=김민지특파원 mettym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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