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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오스만 제국은 요새를 ‘못’ 지은 것이 아니다

입력 2022-05-28 03:00업데이트 2022-05-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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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제러미 블랙 지음·유나영 옮김/416쪽·1만9500원·서해문집
전쟁사 권위자인 저자는 국가 내부 분쟁과 비서구 지역에서 발생한 전쟁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현대전의 원형으로 인식되는 제2차 세계대전은 사실 매우 이례적이고 전무후무한 형태의 전쟁이고, 1990년대 이후 사상자나 병력 규모를 볼 때 국가 내부 분쟁이 국가 대 국가 단위로 벌어지는 정규전을 넘어섰다고 말한다. 픽사베이 제공
1592년 임진왜란에서 초반에 일본군에 밀리던 조선군이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던 건 해전 덕분이었다. 당시 일본군은 수도인 한양까지 점령했고, 선조는 중국 국경까지 도주한 뒤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영토 정복 야심이 현실화되던 시점, 일본 함대는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과의 해전에서 연패를 당했다. 25일 출간된 이 책은 승전의 요인을 거북선에서 찾는다. 책은 ‘거북선은 적군이 배에 올라타 백병전(근접 전투용 무기를 이용한 전투)을 벌이지 못하게끔 육각형 금속판으로 선체를 덮었다’고 설명한다. 백병전을 막음으로써 칼, 검, 창 등 근접용 전투 무기를 활용한 일본군으로부터 입을 수 있었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영국 육군사관학교 석좌교수를 지낸 군사사 전문가이자 영국 엑서터대 역사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임진왜란을 비롯해 십자군전쟁, 트로이전쟁, 제1·2차 세계대전 등 인류 전쟁의 역사는 물론이고 미래에 이어질 전쟁까지 다뤘다. 무기와 전투 기술의 역사, 동맹과 배신, 국제정치 역학 등 전쟁에 크게 영향을 미친 요소를 다각도로 짚었다.

저자는 기존 전쟁사 책이 주목하지 않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비서구 군사사에 초점을 맞춘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물과 방목지를 차지하려는 자원전쟁을 주로 벌였다. 15세기 말 아프리카 사헬 지역에 세워진 ‘송하이 왕국’의 지도자 손니 알리는 속국의 자원을 갖기 위해 재위했던 28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전쟁을 벌였다. 저자는 1998∼2000년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 간 국경 분쟁에서 10만 명이 죽고, 1996∼2003년 콩고민주공화국을 중심으로 벌어진 ‘아프리카 대전’에서는 최소 300만 명이 학살과 질병, 굶주림으로 사망했다고 지적한다. 피해 규모를 봤을 때 ‘전쟁과, 그것의 미래를 확실히 파악하려면 서양을 벗어나 훨씬 멀리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 전쟁사의 시각을 뒤집는 새로운 분석도 흥미롭다. 중국이나 오스만 제국이 서양에 비해 요새를 축성하거나 그 양식을 혁신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이유를 군사 역량이 아닌 전투 방식에서 찾는 것이 대표적이다. 오스만 제국은 야전 병력과 기동성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고정된 진지를 방어하는 요새에 덜 투자했다는 것이다. 요새를 짓는 것은 물론이고 부지를 확보하고 수비대를 배치하는 등 요새에 들어가는 자원에 비해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각국의 판단도 있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미래전의 주요 원인으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유례없는 인구 증가 속도다. 2020년 78억 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2050년 98억 명, 2100년 109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9년 10억 명인 아프리카 인구는 2050년 24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멘에서는 2015년 물 부족으로 인한 반란으로 정부가 전복됐다. 인구 증가로 인한 자원 부족이 향후 전쟁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저자의 전망은 새겨들을 만하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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