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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전기차 대격돌에 뛰어드는 미국

입력 2022-05-27 03:00업데이트 2022-05-27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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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미국은 전기차의 선구자 테슬라를 키운 나라다. 그런데 웬일인지 미국은 전기차 보급에서는 좀 소극적이었다. 내연기관차 기술에서 크게 뒤처진 중국은 일찌감치 적극적인 전기차 육성 정책을 폈다. 새로운 기술로 승부할 수 있는 전기차를 기반으로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이를 뻔히 보면서도 최근 미국의 태도는 미적지근했다. 지난 한 해 중국에서 270만 대가 넘는 전기차가 보급될 때 미국에서는 전기차 50만 대가 팔렸을 뿐이다.

저렴한 기름값과 긴 주행거리가 필요한 넓은 대륙, 유럽이나 아시아보다 훨씬 큰 사이즈의 차가 많이 팔리는 미국이다. 주로 경제성에 방점을 찍으면서 설계되는 전기차 수요가 적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 차 판매에서 5.8% 비중에 불과한 전기차 보급에는 소비자 수요보다 정부의 의지가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고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주체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 동안 미국의 전기차 보급에 속력이 붙지 않았던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 산업에 큰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방한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는 이제 미국이 전기차 대격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음을 잘 보여준다. 그는 한국과의 기술동맹을 강조하면서 반도체 그리고 전기차를 내세웠다.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새로 짓기로 한 현대자동차에 박수를 보냈고 크라이슬러의 모회사 스텔란티스와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협력 계획을 직접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부터 적극적인 전기차 산업 육성을 내세워 왔다.

미국은 중국, 유럽과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의 참전으로 전기차 경쟁은 더 치열하고 또 재미있어질 수 있다. GM과 포드 같은 미국 기업은 전기 픽업트럭 모델을 속속 내놓고 있다. 배터리 용량과 비용 문제로 중·소형차가 주류였던 전기차에 다양한 선택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지난해 친환경차 비전 발표에 나섰던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직접 운전대를 잡았던 차량도 이른바 ‘찦차’로 불리는 지프의 신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랭글러 리미티드 루비콘 4xE’였다.

미국의 태세전환은 친환경차로 주목받던 전기차가 이제는 차 산업의 ‘대세’로 자리를 굳혔다는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세계 각국이 표면적으로는 기후변화 해결의 열쇠로 전기차 보급 목표를 높여 잡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폭발적으로 커지는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라는 것이다. 차 생산은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수많은 부품과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기존 자동차 강국들에는 이제 막대한 경제 효과와 고용을 거느린 산업의 대변화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과제가 던져졌다.

한국까지 와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난 바이든 대통령이 콕 찍어 얘기한 것도 현대차의 투자로 미국에서 발생할 ‘8000명 이상의 고용’이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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