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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이정은]美 10대의 총기 난사

입력 2022-05-27 03:00업데이트 2022-05-27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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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인 밋 롬니 상원의원은 최근 텍사스주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역풍을 맞았다. 마지막에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한마디 덧붙인 것이 빌미가 됐다. 총기 소유 옹호론자들이 “배은망덕하다” “겁쟁이” 같은 비난을 쏟아내며 집중포화에 나선 것. 이들은 롬니 의원이 전미총기협회(NRA)에서 지금까지 1300만 달러(약 165억 원)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까지 공개했다. NRA는 총기 규제에 반대해온 미국 내 최대 총기 옹호 단체다.

▷19명의 초등학생 희생자를 낸 이번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범인이 18세 청소년이라는 사실도 미국인을 경악시켰다. 얼마나 총기 규제가 느슨하면 10대 청소년까지 총을 손에 넣어 범죄에 사용하느냐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는 21세 이상이면 전과나 법적 제한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권총을 소지할 수 있다. 라이플총의 경우 허가증 없이도 구매가 가능하다.

▷총기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지만 실제 전망은 어둡다. 20명의 어린이 희생자를 낸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의 총기 규제 시도가 이어졌지만 성과는 없었다. NRA가 로비력을 총동원해 의회의 총기 규제 관련 입법을 막아온 것은 이미 악명이 높다. NRA의 자금력이 최대 무기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지원한 선거 자금만 7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NRA만 탓하기도 어렵다. 미국에서 총기 소유는 개인의 자유이자 권리로 여겨진다. 이를 규제하는 것은 ‘무기 소유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2조 위반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총기 난사 사건으로 규제 여론이 높아질 때마다 NRA로 되레 후원금이 몰리는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를 제외한 상당수 교외지역에서는 아직도 야생동물의 위협이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는 경찰 공권력이 닿기를 기다릴 틈 없이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그러는 사이 미국은 사람보다 총이 더 많은 나라가 됐다. 인구 100명당 총기 수가 120.5개로 전 세계 1위다. FBI에 따르면 인구밀집지역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은 지난해에만 61건. 2020년에는 교통사고가 아닌 총기 관련 사건사고가 10대와 어린이 사망 원인 1위가 됐다. 그래도 정치권은 “정신병 환자 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식의 해법으로 변죽만 울리고 있다. 로비 자금에 파묻힌 워싱턴 정치의 한계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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