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토하고 싸우고…英총리실, 코로나 봉쇄 기간 ‘광란의 술파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6일 2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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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봉쇄 기간인 2020년 11월 13일 규칙을 어기고 런던 총리 관저에서 열린 총리실 공보국장 송별 파티에 참석해 술잔을 들며 건배하고 있다. ITV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봉쇄 기간인 2020년 11월 13일 규칙을 어기고 런던 총리 관저에서 열린 총리실 공보국장 송별 파티에 참석해 술잔을 들며 건배하고 있다. ITV 캡처
영국 총리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기간에 규칙을 어기고 술 잔치를 연 일명 ‘파티 게이트’에 대한 정부 보고서가 발간됐다. 봉쇄 조치로 실내 모임 제한이 있던 때에 총리 관저 등에서 노래방 기계를 동원해 새벽까지 음주가무를 즐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보리스 존슨 총리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BBC를 비롯한 영국 언론에 따르면 수 그레이 내각부 제2차관은 25일(현지 시간) 2020~2021년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 관저와 정부 청사에서 벌어진 각종 파티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와 영국 언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2020년 11월 13일 공보국장 송별 파티에 참석해서 술잔을 들어 건배를 했다. 당시 총리실 직원들은 총리가 직접 건배하는 것을 보고 봉쇄 기간임에도 파티가 승인됐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역시 코로나19 봉쇄 기간이던 같은 해 6월 18일 총리실 직원 송별회는 새벽까지 파티가 이어졌다. 저녁부터 총리 관저 내각 회의실에서 열린 파티는 길어졌고 참석자들은 관저 옆 건물인 내각부 장관실의 대기실에서 이튿날 오전 3시까지 술을 마셨다. 이날 파티에는 노래방 기계가 설치돼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듯 노래를 불렀고 과음한 일부 참석자는 토하고 서로 싸우는 등 추태를 보였다. 2020년 12월 18일 총리실 공보실 송년 파티는 너무 시끄러워서 다른 직원이 근무하기가 어려웠을 정도였으며 비상경보가 실수로 작동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16일에도 총리 관저에서 송별파티가 두 번 열려 참석자 수십 명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술을 마셨다. 건물 관리인이 “문 닫을 시간이다. 그만 가 달라”고 하자 참석자들은 술병을 들고 총리 관저 정원을 이튿날 오전 4시까지 오갔다. 그날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남편 필립공 장례식 전날이었다.

보고서는 “전 총리 수석비서 마틴 레이널즈는 지인들에게 ‘(봉쇄 기간) 파티를 열었는데 걸리지 않았다. 잘 피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며 “총리 보좌진은 봉쇄 기간 파티를 벌이면서 보안, 청소 직원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25일 의회에 출석한 존슨 총리는 보고서 내용에 대한 의원들 질의에 “보고서 내용 일부는 새로운 것인데 내가 참석하지 않은 파티에서 벌어진 일들이어서 놀랐다”며 “(내) 감독 하에 벌어진 일에 전적으로 (내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사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6월 내각 회의실에서 열린 자신의 생일파티 참석 건으로 부인 및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과 함께 각각 50파운드 범칙금을 부과 받아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벌금을 물게 됐다.

그레이 2차관은 “봉쇄 기간 정부 핵심부에서 벌어진 일들에 많은 영국인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공직자로서 기준 미달이라고 보고서에서 비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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