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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자극 줄인 ‘어른스러운’ 사랑이야기 영화에 담았죠”

입력 2022-05-26 03:00업데이트 2022-05-26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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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칸서 공개 박찬욱 감독
예전 작품 정사신-폭력신 많았지만, 신작엔 말초신경 자극 장면 없어
“조금 보여주면 관객이 다가올 것”… 외신 “마법 같은 연출력” 등 극찬
최고상 황금종려상 수상 관측도… 탕웨이 “내 인생 한 부분 완성해줘”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과 배우 박해일, 탕웨이(왼쪽부터)가 24일(현지 시간) 오전 프랑스 칸 현지에서 열린 포토콜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 ENM 제공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23일(현지 시간) 세계 최초로 공개된 뒤 공통적으로 나온 반응은 “전작과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아가씨’ ‘박쥐’ 등 그의 대표작에선 수위 높은 정사신과 극단적이고 잔인한 폭력신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선 그런 장면이 거의 없다. 박찬욱의 영화 세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24일 프랑스 칸 현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선 ‘전작과의 거리 두기’에 나선 이유를 묻는 질문이 그에게 쏟아졌다.

“(전작과 달라야겠다는) 의식을 했던 건 맞아요. 자극적인 면을 좀 줄이자고 생각했죠.”

박 감독은 자신의 전작들을 두고 스스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영화”라고 표현했다. 박 감독은 “감각적으로 강하게 자극하는 영화, 이를 통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라는 말을 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엔 목표를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어른스러운 사랑 이야기의 원형’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는 “어른을 위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정말 엄청난 정사신이 나오나 봐’라고 하더라. (그런 반응이라면) 반대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주연배우 박해일은 “이 작품이 또 완전히 무해한 영화는 아니지 않느냐”라며 “박 감독은 스스로 진화와 변화를 갈망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관객들 스스로가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너무 들이대면 (관객들이) 뒤로 물러나게 되지만 조금 보여주면 다가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영화가 공개되자 외신은 “마법 같은 연출력” “눈부시게 아름다운 영화” 등의 극찬을 쏟아냈다. 28일로 예정된 시상식에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는 등 칸 경쟁부문에 4번이나 초청돼 ‘칸느 박’이란 수식어가 붙은 감독인 점도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반면 이번 영화가 다소 어렵고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강력계 형사 해준(박해일)이 남편 사망 사건 용의자로 서래(탕웨이)를 수사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는 큰 줄거리는 얼핏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영화에는 두 사람의 관계가 미묘하게 변해 가는 과정을 세공하기 위한 은유와 상징이 촘촘히 담겼다. 대사를 통한 직접적인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데다 전개도 빨라 몰입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박 감독은 “영화에는 관객이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대사나 표현이 없고 주인공들이 진심을 숨기는 순간이 많다”면서 “처음 몇 분 동안엔 답답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관객이 능동적으로 들여다보는 관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말할 때 도발하는 눈빛, 자극하는 한마디, 작은 미소 이런 것으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외신의 호평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선 “나한테 와서는 다들 (영화 좋다는) 좋은 얘기만 하지 않겠냐”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뒤 “(첫 상영 당시) 관객들이 더 자주 웃어줬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주연배우들은 박 감독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탕웨이는 “박 감독님을 사랑한다. 첫 상영 직후 ‘당신은 제 인생의 한 부분을 완성해 줬어요’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콘티가 너무 정확하고 좋아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감독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걸 이해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며 “박 감독님은 어떤 나라 누구와 작품을 같이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해일은 “감독님은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낯설거나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창작자”라며 “(박 감독과의 작업은)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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