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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코로나로 늘어나는 유럽의 ‘무알코올 주당들’[정기범의 본 아페티]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입력 2022-05-26 03:00업데이트 2022-05-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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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30도를 웃도는 초여름 무더위가 파리에 찾아왔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이 되면 프랑스 사람들은 마치 해바라기처럼 파라솔도 없는 카페나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식사를 한다. 햇빛에 검게 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선크림을 짙게 바르고 메시 토시를 착용하거나 그늘을 고집하는 우리와 정반대다.

그뿐 아니다. 파리에서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미지근한 콜라가 나오기 일쑤고 아이스커피 한 잔이 간절할 때는 스타벅스에 가야 할 정도로 얼음이 귀하다. 얼음이나 에어컨에 질색하는 프랑스 사람들이 신기해서 그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얼음이나 에어컨 바람으로 시원함을 느끼는 것은 일시적이어서 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파리의 대중교통이나 은행과 같은 오피스는 물론 각 가정에 에어컨이 보급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찾는 사람이 없어서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파리지앵들은 기온이 급상승하는 여름엔 3∼4주간 휴가를 떠나기 때문에 그들 대신 뜨거운 파리의 여름을 맞이하는 관광객들이나 에어컨을 찾는다.

갑자기 찾아든 무더위에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 마실 생각에 에펠탑 근처 카페테라스에 앉아 살펴보니 무알코올 맥주를 주문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생전 처음으로 무알코올 맥주를 주문했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오히려 더위를 심하게 느끼는 체질인 터라 무알코올 맥주에는 맥주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2021년 자료를 살펴보니 프랑스에서 무알코올 맥주의 매출은 전년 대비 26%나 증가했고 무알코올 맥주뿐 아니라 다양한 알코올 음료들의 무알코올 버전이 쏟아지고 있었다. 체질상 또는 종교적인 이유로 알코올 음료를 마시지 않던 사람 중 100만 명 이상이 무알코올 음료에 입을 대기 시작했다는 통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런 조사 결과도 눈에 띈다. 벨기에 유명 맥주, 레페의 자체 조사 결과, 자사의 무알코올 맥주를 처음 구매한 사람들 중 58%가 재구매를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알코올 음료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그 결과, 유기농 식품 소비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인기도 주도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우울증 환자도 늘고 3차례의 봉쇄 조치와 재택근무로 가정에서 알코올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과 비례해서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약진은 주류 회사들에 새로운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독일이나 스페인의 경우 전체 주류 판매량의 10%를 무알코올 음료가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반면 아직 3% 수준에 머물고 있는 프랑스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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