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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국가부도’ 스리랑카의 비극… 병원 갈 연료 못구해 두 살배기 숨져

입력 2022-05-26 03:00업데이트 2022-05-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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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 휘발유 구하러 다니다 시간 지체
검시관 “기름 1L가 없어 아기 잃어”
기름값, 최근 6개월새 137% 올라
스리랑카 경찰, 반정부 시위대에 물대포 발사. 콜롬보=AP 뉴시스
극심한 경제 위기로 디폴트(국가부도)를 선언한 스리랑카에서 휘발유를 비롯한 연료 부족 사태가 악화돼 국민이 비참한 상황에 내몰렸다. 황달 증세를 보인 두 살배기가 병원에 갈 교통수단을 제때 구하지 못해 숨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곳곳에서 생지옥이 벌어지고 있다”고 24일(현지 시간)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리랑카 남부 할둠물라에 사는 칸차나 씨의 두 살배기 딸은 최근 온몸이 누렇게 변하는 황달 증세를 보였다. 칸차나 씨 집 근처에는 딸을 데리고 갈 마땅한 병원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남편이 모는 ‘툭툭’이라고 불리는 소형 택시는 기름이 다 떨어졌다. 스리랑카 정부가 ‘파산 선언’을 한 뒤 전국 주유소에는 휘발유와 경유가 고갈되다시피 했다. 남편은 몇 시간 동안 도시의 온 주유소를 찾아다녔지만 그때마다 “재고가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된 탓에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한 딸아이는 숨졌다.

숨진 아기를 부검한 병원 검시관은 이 사연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휘발유 1L를 구하지 못해 아기를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의 기억은 평생 그들을 괴롭힐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가디언은 “최근 6개월 사이 스리랑카에서는 기름값이 137% 올랐다”며 “동네 곳곳의 주유소마다 기름을 사려는 사람으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전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날도 휘발유값 20∼24%, 경유값은 35∼38%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툭툭 기사 루왈 라나싱헤 씨는 “아무리 일해도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름을 사려고 주유소에서 33시간 줄을 섰다는 남성도 있다. 이들은 “진절머리가 난다. 정부가 증오스럽다”며 분개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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