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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순덕 칼럼]26세 박지현… 민주당의 희망, 이재명의 재앙

입력 2022-05-26 00:00업데이트 2022-05-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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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정당 아닌 대중정당으로 바꾸겠다”
그때 이재명은 “개딸 고맙잔아” 트윗질
586·내로남불·대장동이 망친 민주당
박지현은 못 해도 국민은 바꿀 수 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때인 1월 24일 이재명은 “국민께서 내로남불이란 이름으로 민주당을 질책하셨다”며 사죄했다. “완전히 새로운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다짐도 했다.

다음 날 송영길 당시 당 대표는 “586세대가 기득권이 됐다는 비판이 있다”며 “저부터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 상식과 원칙에 따르는 것이 공당의 책임”이라고 주장도 했다. 이렇게 합심한 덕분인지 1월 말 이재명 지지율은 35%로 소폭 상승했다(갤럽 조사).

넉 달이 지난 지금, 결과는 문재인 전 대통령 말을 빌리면 아이러니하다. 이재명은 새로운 정치로 보답하지 못하고 대선에서 패했다. 그럼에도 6·1지방선거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송영길이 비워준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보궐선거까지 나섰다. ‘586 자진 사퇴론’을 외친 송영길도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두 사람이 상식과 원칙에 맞는다고 보긴 어렵다.

대선 막판 때 이재명을 도왔던 26세의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방선거 유세에서 냉랭한 반응을 온몸으로 느낀 모양이다. 그가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겠다.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586 용퇴론’을 강조하는 모습은 국민의 상식과 원칙에 따르는 민주당을 보는 듯했다.

이재명과 송영길이 넉 달 전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했음에도 박지현에게 돌아온 당내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 박지현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했던 이재명조차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고 했다. 얼굴마담으로 있을 줄 알았는데 잔다르크처럼 나서다니 괘씸할지 모른다.

박지현이 지적한 그 팬덤 정당의 핵심에 이재명이 있다. 박지현이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문을 읽은 그 시각, 이재명은 “우리 개딸님의 애정 정말 고맙잔아” 트윗질을 하기까지 했다. 이재명이 대장동 수사 등에 대비한 ‘방탄용 출마’라는 여권 비난에 대해 “정말 자던 소가 박장대소할 일”이라고 주장한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개딸들이 모인 ‘재명이네 마을’ 카페에 “인천 계양을 연고자 찾기 부탁하잔아” 목놓아 외친 그로선 팬덤 현상을 절대 포기할 수 없을 터다.

강성 지지자들의 열렬한 이재명 사랑을 질투하는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노사모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사랑했다면, 문빠는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 하며 맹목적 지지와 반문(反文) 세력에 문자테러를 가하던 반(反)지성적 집단이었다. ‘개딸’(개혁의 딸)집단은 이 차원을 능가한다.

드라마 ‘응답하라’의 성격 × 같은 딸에서 따온 명칭이라지만 성인 여성이 세금으로 봉급 받는 공직자를 “아빠” “잼파파”라 부른다는 건 절대순종만 가능한 북한 ‘사회주의 대가정’을 연상시킨다. 이재명이 의원이나 대통령이 된다면 성숙한 시민으로서 민주주의와 법치를 요구하거나 잘못된 정치를 비판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했던 거대여당이 왜 불과 2년 만에 정권심판의 대상으로 전락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대선 전후 두 차례 실시한 선거패널조사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총선 때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2021년 4·7 재·보선을 기점으로 지지를 철회한 2030세대 경인지역 ‘이탈 민주층’이 대선 때 민주당 패배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를 철회한 핵심 이유는 ①부동산 정책 ②대장동 이슈 ③김혜경 씨 법인카드 의혹의 순이었다.

즉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과 이재명 도덕성 의혹 때문에 대선에서 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 ‘책임정치’와는 거리가 먼 이재명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내세운 것이다. 심지어 인천 계양에서 이재명이 당선되면 당권을 장악해 윤석열 정부의 발목까지 잡겠다는 야무진 작정을 하고 있는 듯하다.

박지현이 “이번에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 나가겠다”고 했지만 그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 그러나 국민은 바꿀 수 있다. 팬덤에 의지하는, 대장동과 법인카드 의혹이 있는, 책임정치를 모르는 이재명을 외면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민주주의에 가슴 뛰던 그 민주당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한 박지현이 이재명에게 재앙일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대한민국에는 희망이다. 박지현을 발탁한 것만으로도 이재명은 큰일을 했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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