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선 젠더갈등 유감 지적에 “공직 인사때 여성기회 늘릴것”

윤 대통령은 이날 청사 5층 집무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진석·김상희 국회부의장,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을 접견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최영범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도 배석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박 의장은 한 총리 인준에 대해 “새 정부의 첫 총리인 만큼 신중하게 했다. 이제는 여권이 화답할 때”라며 “여야 협치를 존중해 주시면 좋겠다”는 뜻을 윤 대통령에게 전했다.

첫 여성 국회 부의장인 김 부의장은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건 (윤 대통령과 관련한) 젠더 갈등”이라며 “대선 국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불필요한 갈등이 있었는데,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최근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하는데 그중 여성이 있었다”며 “그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졌는데,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거라고 했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과 의장단은 접견 후 청사 경내에 있는 국방부 컨벤션센터에서 만찬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만찬장으로 가는 길에 출근길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장소를 통과하게 되자 “여기서 아침마다 기자들을 만난다.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지각한다고 할까 봐 늦게 올 수가 없다”고 말을 꺼냈다. 박 의장이 “예상 밖의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그냥 지나간다”고 말해 모두가 크게 웃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파적 이해보다 나라와 장래를 생각해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려주셨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등을 언급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전날(23일) 노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이 있었던 만큼 노 전 대통령이 화두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노 전 대통령 시절에 검찰 인사도 굉장히 공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야가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과 관련해 정진석 부의장이 이를 비롯한 원 구성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자 윤 대통령이 웃음과 함께 “부담 주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면서 말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