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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돈 더 줘도 싫다는 초중고, 구조적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

입력 2022-05-25 00:01업데이트 2022-05-2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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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전국 초중고교가 갑자기 불어난 예산의 집행 계획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17개 시도교육청에 배정된 교육교부금은 65조 원인데 초과 세수가 늘면서 11조 원이 추가된 것이다. 지난해 쓰고 남은 예산까지 포함하면 올해 교부금은 지난해보다 21조 원이 늘어난 81조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교육청은 지난해도 추경으로 교부금이 6조 원 증액되자 멀쩡한 학교시설을 리모델링하고 비품을 또 사들였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남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학생들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하거나 현금 30만 원을 뿌린 교육청도 있다. 올해는 추경 예산이 배로 늘어나 압박이 심하다. 교사들은 돈 쓸 곳을 찾아 기안하느라 정작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없다며 예산 지원이 반갑지 않다고 한다. 추경을 짤 때마다 교부금을 자동으로 배정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추경이 아니어도 예산 낭비를 부추기는 교부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 교육교부금은 수요와 무관하게 경제 규모에 따라 증가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에만 쓸 수 있다. 올해 학생 수는 10년 전보다 20% 줄었지만 1인당 교부금은 1528만 원으로 2.5배로 뛰었다. 반면 대학은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구조적인 재정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교육과 연구에 투자하기는커녕 인건비를 깎는 대학이 늘고 있다. 다른 선진국은 대학으로 갈수록 정부 지원이 증가하지만 한국은 거꾸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초중고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1위, 대학은 33위다. 남아도는 교부금을 대학에 지원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교부금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학령인구는 줄어드는 데 반해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로 고등 인재와 평생교육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한정된 예산을 변화된 교육 수요에 맞게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50년 된 교부금 제도를 재설계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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