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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정호영 43일 만의 사퇴가 남긴 것

입력 2022-05-24 00:00업데이트 2022-05-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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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사퇴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밤 배포한 입장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후보자 지명 43일 만의 사퇴다. 새 정부 1기 내각에서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은 정 후보자의 거취 문제에 대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조차도 “임명 반대 의견이 많다”면서 “본인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며 정 후보자를 압박했다.

어떤 과정을 거쳤든 민주당이 총리 인준에 협조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지는 게 상식이고 순리였다. 강경론으로 치닫던 민주당은 새 정부 발목 잡기란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이 임명 강행 수순을 밟을 경우 국민들 눈에는 독선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더구나 보건복지부는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특별히 강조한 ‘연금개혁’ 주무 부처이기도 하다. 임명 전부터 자격시비에 휩싸여서는 그 자체가 개혁의 장해물이 될 수 있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원장 등 고위직에 있을 때 자녀 둘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사실이 드러나며 ‘아빠 찬스’ 논란이 벌어졌다. 정 후보자는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아들이 경북대 의대 편입학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서를 이듬해 전형에 그대로 제출해 합격한 것이나 딸이 특정고사실 구술평가에서 만점을 받는 등 의혹은 계속 이어졌다. 정 후보자는 사퇴 입장문에서 거듭 부정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비록 사퇴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실체가 규명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차일피일 여론을 살피며 임명 철회 판단을 미뤄 왔다. 둘은 ‘40년 지기’라고 한다. 애초 장관 후보로 지명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검증 과정을 거쳤다면 이런 사퇴 파동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일을 뼈아픈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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