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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정책 경쟁은 없고 상욕-막말… ‘비교육적’ 교육감선거 [기자의 눈/최예나]

입력 2022-05-23 03:00업데이트 2022-05-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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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정책사회부
“하다 하다 ‘미친×’이라네요. 교육감을 하겠다는 자가 같은 후보한테.”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박선영 후보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과 함께 유튜브 영상 하나를 올렸다. 거기에는 조전혁 후보가 “박선영이 저 미친×은 끝까지 나올 거다”라고 말하는 음성이 포함돼 있었다. 박 후보는 조 후보를 향해 “사퇴 외에 무슨 다른 길이 더 있겠느냐”고 적었다.

조전혁 후보 측에 따르면 해당 음성은 그가 조영달 후보와 했던 통화 녹취본이다. 조전혁 후보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화를 몰래 녹취하는 자를 인간 말종으로 본다”며 “그런 자가 S대 교수로 존경받고 살아왔다는 데 분노보다 불쌍함을 느낀다”고 썼다. 이에 조영달 후보는 “이젠 내게도 세상 그 누구에게도 어떤 유의 폭력도 가하지 말라”고 답글을 달았다. 최근 박 후보가 조전혁 후보를 겨냥해 “어느 학부모가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교육감직을 맡기고 싶겠느냐”고 적었던 것과 유사한 공격이다.

다음 달 1일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를 코앞에 두고 서울시교육감 중도보수 진영 후보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본후보 등록 전까지 단일화를 놓고 갈등을 빚던 이들은 이제 서로 물고 뜯는 일까지 더하고 있다. 상욕과 막말이 오가는 걸 보면 단일화는 물 건너 간 듯하다.

기존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 속에서도 무상급식,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 등의 공약이 이슈가 되긴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런 공약이나 정책 대안이 없다. 거리마다 붙은 플래카드에는 ‘전교조 아웃’, ‘중도보수 ○○○ vs 조희연’ 등이 적혀 있을 뿐이다.

2018년 3명의 후보자가 경쟁했던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당선자 득표율은 46.6%였다. 이번에는 7명의 후보자가 나와 당선자 득표율이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선인을 원치 않는 유권자가 더 많은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에게 단일화를 양보하지 않았다고 욕설과 비방을 하는 ‘비교육적’인 이들이 교육감으로 걸맞을지 의문스럽다. 단일화를 끝내 못 이루고 욕심 부리는 모습에 실망한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어디까지 다치게 할 건가.

최예나·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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