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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김재영]구글發 수수료 인상 도미노… 무딘 칼 된 ‘구글 갑질 방지법’

입력 2022-05-23 03:00업데이트 2022-05-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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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산업1부 차장
“오늘부터 나는 한국인이다!”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통과하자 ‘반(反)빅테크 연대’의 선봉장으로 꼽히는 에픽게임스의 팀 스위니 대표가 이런 트위터 게시글을 띄웠다. 세계 최초의 입법으로 구글과 애플에 한 방 먹인 한국에 세계는 놀라워했다. 다양한 결제 방식이 나오고 수수료도 내려가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법이 통과된 지 9개월,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변한 게 뭐냐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콘텐츠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19일 카카오는 웹툰·웹소설 결제 수단을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충전할 경우 다음 달 1일부터 가격을 20%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티빙·웨이브 등 일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과 플로 등 일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이미 앱 내 이용권 가격을 15% 올린 상태다.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구글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구글은 자사의 결제 정책을 개발사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다음 달 1일부터 앱 삭제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다. 구글은 결제 정책을 바꿔 자사 인앱결제 외에 인앱결제 내에서 개발사들이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결제 시스템도 허용했지만, 앱 개발사들은 사실상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제3자 결제의 경우에도 수수료를 최대 26% 내도록 했는데, 시스템 도입 비용과 카드사 등에 따로 내야 하는 수수료를 감안하면 기존 인앱결제(최대 30%)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싸다는 것이다. 외부링크를 통해 앱 밖으로 이동해 개발사의 웹페이지에서 결제할 수 있는 방법도 차단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구글의 정책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에 대해 구글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 법에 따라 앱 개발사에 선택권을 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앱 백화점’에 입점해 서비스를 누리면서 앱 장터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수수료를 내지 않고 플랫폼에 무임승차하려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상황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이 많다. 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글로벌 빅테크의 횡포를 견제한다는 데만 집중했을 뿐 양자가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촘촘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정한 결제 방식’의 정의는 모호했고, 인앱결제가 앱 장터와 별도의 시장인지 아니면 통합된 시장인지 등도 구체적으로 따지지 못했다. 외부 결제 수수료를 높이는 등 빅테크의 예상되는 대응에 대한 대비도 부족했다.

지금부터라도 법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법을 보완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면 국제적인 입법 공조에도 나서야 한다. 한편으론 지금의 앱 생태계를 구축한 빅테크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적정 수수료 체계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소통과 논의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단지 빅테크를 규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앱 생태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진지한 고민에 나서야 할 때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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