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뛰자… 납품단가 연동제, 하반기 시범운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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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인 하청업자들 고통 감안, 자재값 오르면 납품단가 의무 반영
정부, 구리 등 일부 품목에 적용
“결국 소비자 부담” 반론 만만찮아… 전경련 “현행 협의제 절차 개선을”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창호공사 전문 중소기업 A업체는 최근 1년 새 알루미늄 가격이 2배가량 폭등하면서 공사 대금을 수금해 원자재 값도 못 대는 상황에 처했다. 알루미늄 값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지난해부터 상승 중이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며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는 중국, 인도에 이은 세계 3위 알루미늄 생산국이다. A업체 관계자는 “이런 외부 타격엔 원청 건설사와 국가의 배려 없이는 수습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올해 하반기(7∼12월)부터는 시범운영도 시작한다. 하지만 인위적인 가격 조정이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과 세부 운영안에 이견이 많아 제도 도입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 원자재 값 급등에 납품단가 연동제 논의 본격화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대부분의 원자재 값이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원자재 값이 일정 수준 이상 올랐을 때 수탁기업이 원사업자에게 납품대금 조정을 신청하기 위해선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를 통해야 한다. 하지만 거래 단절 등을 우려해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반드시 납품단가를 조정해 줘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납품대금 인상 요청 비율은 4%에 불과하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제도다. 하도급법 및 상생협력법 개정을 통해 원자재 가격이 변동하면 자동으로 가격 상승분이 단가에 반영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관련법을 발의했는데, 어길 시 1억 원 이하 과태료 부과를 명시한 안도 있다.
○ “리스크 원·하청이 나눠 져야” vs “일률적 규제 될 수도”
납품단가 연동제는 중소기업계의 대표적인 숙원 과제이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전격 도입될 경우 원자재 값 상승 의무 반영으로 소비자가격이 인상될 수 있고 대기업이 아예 해외로 공급처를 변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부품이 3만 개, 삼성전자 휴대전화 부품이 1000개에 달할 정도로 기업과 상황이 다양한데 모든 계약서에 일괄적으로 얼마씩 올리라고 의무화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현행 납품대금 조정협의제에서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한 대응 절차를 간소화해 협상력을 높이거나, 표준계약서 채택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전면 도입을 강제하는 것보다 연동 조항이 포함된 표준약정서를 채택한 기업에 상생협력법상 벌점 경감, 실태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구리, 알루미늄 등 활용도가 높고 공인된 시장가격이 있는 원자재 품목을 중심으로 표준계약서를 활용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올 하반기에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세부 운영계획을 위해 연구 용역을 시행 중이다.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앞으로 또 전쟁, 팬데믹 같은 상황으로 원자재 값이 폭등할 때 준비된 제도가 없으면 갑론을박으로 기업 체력만 떨어질 수 있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어떤 식으로든 연동제를 제도화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원자재값#납품단가 연동제#하청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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