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전체가 미술관인 듯, 눈길 닿는 곳마다 하나의 작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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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남도 여행]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군 연홍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신양선착장에서 뱃길로 5분 거리에 있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연홍도’. 연홍도는 섬 전체에 아기자기한 벽화와 각종 조형물들이 설치돼 있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고흥군 제공
전남 고흥군 금산면 신양선착장에서 뱃길로 5분 거리에 있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연홍도’. 연홍도는 섬 전체에 아기자기한 벽화와 각종 조형물들이 설치돼 있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고흥군 제공
육지와 맞닿아 있는 2개 면 지역을 제외하면 삼면이 바다와 접해 있는 곳. 사람이 사는 38개 유인도와 살지 않는 122개의 무인도를 가진 전남 고흥군에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리는 섬이 있다. 이름도 예쁜 연홍도다.

연홍도는 거금도 신양선착장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곳에 있다.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섬이지만 배에 몸을 싣고 머무는 시간은 고작 5분 남짓이다. 오전 세 차례, 오후 네 차례 섬과 육지가 뱃길로 이어진다.

연홍도와 신양선착장을 이어주는 배편은 일반적으로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사지 않고 배에 타서 티켓을 산다. 왕복 2000원에 시설관리유지비 3000원(어린이 1000원)을 내면 섬에 들어갈 수 있다.

새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알록달록한 배에 몸을 싣고 바다가 내뿜는 특유의 짠 내음이 코끝에 닿을 무렵 도착하는 연홍도의 선착장은 왜 이 섬이 지붕 없는 미술관인지를 잘 보여준다.

섬 방문을 환영하는 아치조형물 뒤로 담벼락에 그려진 갖가지 벽화들이 눈길을 끈다.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는 방파제 위로 2개의 뿔소라와 굴렁쇠를 굴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모습 등 다양한 조형물이 자연스럽게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한다.

마을 담벼락을 빼곡히 채운 벽화에는 반가운 얼굴도 등장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주역인 박지성 선수가 그려져 있다. 고흥은 박지성 선수 아버지의 고향이자, 박 선수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곳이다. 고흥 출신인 박치기왕 김일 선수(1929∼2006)의 현역시절 사진도 방문객을 반긴다.

연홍미술관.
연홍미술관.
벽화와 조형물로 채워진 마을 골목을 지나다 보면 어느덧 섬에서 유일한 연홍미술관에 닿는다. 이 미술관은 폐교를 개조해 2006년 문을 열었다. 수줍은 표정으로 웃는 소녀의 벽화를 뒤로하고 들어가다 보면 다양한 작품들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미술관까지 가는 길 중간중간에는 바다와 육지를 배경으로 다양한 작품들이 설치돼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섬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인 연홍도는 3가지 산책코스를 걸으면 섬의 속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전망대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좀바끝 둘레길’과 갖가지 조형물과 벽화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연홍도 담장바닥길’, 한적한 숲에서 힐링할 수 있는 ‘아르 끝 숲길’이 있다.

3개의 코스를 걷다 보면 섬 뒤편으로 완도군의 섬 여행 명소인 금당도가 보이고, 동쪽으로 가면 이순신 장군의 절이도 해전지와 몽돌해변, 갯벌도 만날 수 있다. 3개 산책코스의 길이는 약 4km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3개 코스를 모두 둘러보면 좋다.

연홍도의 매력은 이뿐 아니다. 인근 바다가 득량만 수역의 나들목으로 조류가 빠르고 수심이 깊어 갯바위 낚시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테마 기차여행’의 코스에도 포함돼 있어 운전을 해야 하는 부담 없이 섬을 여행할 수 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힐링 남도 여행#남도#여행#고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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