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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한국인의 밥상, 그 이면의 이야기

입력 2022-05-21 03:00업데이트 2022-05-21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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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투쟁기/우춘희 지음/250쪽·1만6000원·교양인
이주노동자에 관한 많은 기사가 나온다. 열악한 노동 환경, 갖은 범죄에 노출된 처지,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 당위적으로는 이주노동자의 삶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주장에 고개는 끄덕일지언정 마음이 움직이긴 쉽지 않다. 인간은 본래 자신이 연루된 고통에 반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주자 인권 활동가인 저자는 ‘관찰’이 아닌 ‘참여’를 택했다. 1500일간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한다는 농촌의 노동자로 취업한다. 이주노동자 문제라는 거시 담론을 이야기하기 위해 캄보디아에서 온 씸낭, 보파, 쓰레이응 등의 실존 인물을 내세운다. 저자에겐 동료인 그들이 독자에겐 농·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창(窓)이 된다.

한국은 더 이상 젊은 사람들이 농어촌에서 일하지 않는 나라가 됐다. 그 결과 농어촌에서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4명이 이주노동자라고 한다. 특히 집약적 노동이 요구되는 채소·과일 재배 농가에선 이주노동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저자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깻잎, 고추, 토마토, 딸기 등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지는 그들의 삶은 처참하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건 기본이고 몇 달 치 임금이 체불되는 사례도 허다했다. 재래식 화장실도 딸려 있지 않은 비닐하우스나 간이 컨테이너에서 살아야 하지만 월세는 75만 원이 넘는다.

2020년 기준 임금 체불을 당한 이주노동자는 3만 명이 넘었다. 사장이 가하는 성폭력을 피해 미등록 노동자가 되는 여성 노동자도 상당수다. 저자는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 조항이 이주노동자가 불합리한 대우를 당해도 직장을 쉽게 옮길 수 없게 악용된다고 지적한다. 매일같이 농촌에서 생산하는 채소와 과일을 먹고 살아가는 한국인 중 그들의 고통에 연관되지 않은 이는 한 명도 없다. 소설가 최은영은 추천사에 “나의 무감한 공모를 깨닫게 되었고 마음이 아팠다”며 “이 책이 잔인함에 이토록 관대한 이 사회를 변화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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