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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일회용 컵 보증금제 반발[횡설수설/이진영]

입력 2022-05-21 03:00업데이트 2022-05-2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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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회인 때문일까. 한국인은 커피를 많이 마신다. 성인 1인당 소비량이 연간 353잔으로 세계 평균의 2.7배다(2018년 기준). 일회용 컵 사용량도 연간 25억∼28억 개나 된다. 정부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세계 최초로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매기는 제도를 법제화한 배경이다. 그런데 시행을 3주 남겨놓고 갑자기 시행 시기를 12월로 미뤘다. 카페 주인들의 반발 때문이다.

▷다음 달 10일 시행 예정이던 이 제도는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살 때 보증금 300원을 내고 반납할 때 현금이나 계좌로 돌려받는 제도.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롯데리아 등 3만8000개 매장이 적용 대상이다. 컵에는 재활용 라벨을 붙이고 회수한 컵은 재활용업체에 보내야 하는데 이 모든 비용이 점주 부담이다. 하루에 일회용 컵 300개를 쓸 경우 한 달이면 10만∼15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일회용 컵을 씻어서 보관하는 것도 점주의 일이다.

▷20년 전에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다. 그땐 보증금이 50∼100원이었다. 자율 규제인 데다 보증금 액수가 적어 회수율이 37%에 그쳤다. 일부 업체가 미환불금을 홍보비로 쓰는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2008년 제도가 폐지됐고 10년 후 일회용 컵 회수율은 5%로 떨어졌다. 정부는 실패한 제도를 부활시키면서 강제 규정으로 바꾸고 보증금도 올렸다. 다른 브랜드 매장에서도 컵을 반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점주들의 반발에서 보듯 회수와 반납 인프라가 여전히 부실하다. 소비자로서는 커피값 인상도 마뜩지 않고 300원을 환급받기 위해 컵을 들고 매장을 찾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그렇다고 일회용 컵 쓰레기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 환경부는 일회용 컵을 재활용하면 소각했을 때에 비해 온실가스를 66% 줄일 수 있고, 연간 445억 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업자와 소비자가 편리함을 누리면서 그 부담은 공공에 떠넘기는 것도 부당하다. 종이팩 금속캔 유리병 형광등은 생산자들이 재활용 비용을 일부 부담한다.

▷환경부는 매장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곧 내놓기로 했다. 매장 밖에 무인 회수기를 설치하는 등 소비자들이 쉽게 컵을 반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회용 컵 활용 혜택도 늘릴 필요가 있다. 환경부는 2년 전에도 포장재 쓰레기를 줄인다면서 ‘1+1’ ‘2+1’ 묶음상품 할인 판매를 못하게 하는 정책을 시행하려다 백지화한 적이 있다. 환경 정책은 취지가 좋아도 기업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규제이고 불편함이다. 세심한 정책 설계와 충분한 설득 없이 밀어붙이다 뒷걸음질치는 일이 반복되면 정부 신뢰도는 뭐가 되나.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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