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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불의 전차’ ‘한일 월드컵’ 주제곡 작곡가 반젤리스 타계…향년 79세

입력 2022-05-20 12:18업데이트 2022-05-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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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젤리스. AP
1982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을 받은 ‘불의 전차’와 SF영화 신기원을 연 ‘블레이드 러너’(1982) 주제곡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리스 출신 작곡가 겸 음악가 반젤리스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79세. 그리스 아테네뉴스통신(ANA)은 반젤리스가 프랑스 파리 병원에서 치료 받다 17일(현지 시간) 밤 숨졌다고 그의 대리인을 통해 19일 보도했다. 구체적인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43년 그리스 볼로스에서 에방겔로스 오디세아스 파파타나시우스로 태어난 반젤리스는 4세부터 혼자 피아노를 쳤다. 못이나 유리 등을 피아노 현에 매달고 쳐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며 음악을 스스로 깨우쳤다. 정식 음악교육을 받지 않아 악보 읽는 법도 배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학교에서 작곡 편곡은 가르칠 수 있지만 창의성은 가르칠 수 없다”며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은 것이 창의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아테네에서 유년을 보낸 그는 스무 살 때인 1963년 그리스 최초 록 밴드 ‘포르밍크스’를 결성해 활동했다. 1966년 밴드를 해체하고 이듬해 프랑스 파리로 간 반젤리스는 그리스 최고의 남자가수로 꼽히는 데니스 루소스 등과 3인조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Aphrodite’s Child)‘를 결성했다. 이후 발매한 싱글 ’비와 눈물‘은 유럽 전역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시기 신시사이저를 접하게 된 이후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풍부한 사운드의 전자음악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대중음악의 상업성에 회의감을 느낀 그는 1970년대 다큐멘터리, 영화, TV 시리즈 음악 작업을 하게 된다. 1981년 영화 ’불의 전차‘ 오프닝 신에서 바닷가를 달리는 영국 육상선수들 위로 아름다고 환상적으로 울리는 주제곡으로 오스카 음악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1981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까지 올랐다.

1982년에는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 미래 암울한 로스앤젤레스를 더욱 어둡게 만드는 주제곡을 만들어 호평을 받았다. 또 천문학자 칼 세이건 교수의 TV 다큐멘터리 시리즈 ’코스모스‘(1982)에도 그의 작품이 쓰였다. 이후 리들리 스콧 감독과는 1992년 ’1492 콜롬버스‘ 음악을 만드는 등 영화음악의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반젤리스는 영화음악 작업 제안을 많이 거절하기로도 유명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제안 받은) 영화 절반 정도는 음악이 필요하지 않았다. 음악을 억지로 쑤셔 넣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업적 성공에 대해 “성공하면 계속 같은 틀 안에 머무르고 이전 성공을 답습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며 경계했다.

반젤리스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 세계 굵직한 스포츠 대회 음악을 전담하다시피 했다.

그의 마지막 음반 석 장을 발매한 데카는 “반젤리스는 특별한 독창성과 힘을 지닌 음악으로 우리의 삶을 채웠다. 그의 음악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반젤리스의 사생활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그리는 것을 매우 좋아한 그는 “매일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든다. 그림이 먼저다. 그게 순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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