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안 가리지만 무대가 제일”

1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후배들이 작품 하자고 하면 ‘내가 꼭 필요하겠거니’ 싶어 배역 안 따지고 이것저것 많이 하게 됐다”며 “사정이 어려우니까 날 부르지, 안 그럼 다른 큰 배우랑 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이번엔 주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19일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7분’에서 섬유회사의 노동자 대변인 블랑세 역을 맡게 된 것. 연극 ‘7분’은 다국적 기업에 매각된 섬유회사에서 해고의 두려움을 느끼는 노동자들의 불안을 다룬다. 구조조정 여부를 밝히지 않은 다국적 기업이 제시하는 조건은 의미심장하다. 모든 노동자의 휴게 시간을 15분에서 8분으로 단축하라는 것. 7분만 양보하면 노동자들은 무사히 고용 승계될 거란 희망에 사로잡힌다.
배역이 주어지면 매체를 가리지 않는다는 그는 독립 장편영화 ‘욕창’(2020년), ‘혜옥이’(2021년)에선 주연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기획사에 들어간 이후 드라마에도 자주 얼굴을 비치지만 그는 여전히 “무대가 제일 좋다”고 말하는 천생 연극인이다.
“대본과는 달리 희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어요. 배우로서 인물을 구축하기에 훨씬 좋죠.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볼 새도 없는 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앙상블 작업이에요. 우리끼리 얘기하고 피 터지게 싸웠다가 울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찾아오는 것들이 아직은 훨씬 값지게 느껴집니다.”
19∼28일, 전석 3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