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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지자체 ‘임차 헬기’ 40%가 40년 넘게 운항… 기령 제한 규정 없어

입력 2022-05-20 03:00업데이트 2022-05-20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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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서 빌린 72대, 평균 기령 35년
거제 추락한 헬기가 53년 가장 노후
2016년 이후 매년 1건꼴 추락 사고
조사 끝난 3건 중 2건 “기체 결함”
16일 경남 거제에서 자재를 운반하다 추락해 2명이 숨진 헬기가 53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상당수가 사고 헬기와 비슷한 정도로 노후화된 헬기를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전국 10개 시도가 민간 업체로부터 임차해 산불 진화 등에 사용하는 헬기는 총 72대인데, 평균 기령(機齡·비행기 사용 연수)은 35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령이 가장 높은 헬기는 경남도에서 임차해 사용하던 거제 사고 헬기(1969년 제조)였다. 그 밖에도 전남도와 강원도는 생산된 지 51년 된 헬기를, 전북도는 48년 된 헬기를 임차해 쓰고 있었다. 72대 중 약 40%에 해당하는 29대가 제작된 지 40년 이상 됐다.

지자체 임차 헬기의 경우 산불 발생 시 초기 진화 외에도 자재 운반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비행 횟수도 많은 편이다. 강원도는 만들어진 지 58년 된 헬기를 2019년 한 해만 77회 현장에 투입했다. 같은 해 산림청 소속 헬기의 한 해 평균 출동 횟수(약 40회)의 2배 가까이나 됐다.

반세기 전 제작된 헬기가 아직도 운항되고 있는 것은 국내에 헬기 기령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최연철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교수는 “제작사에서 부품을 생산하는 기간이 길어봐야 30년인데, 이 기간을 넘어가면 부품 수급이 어려워져 중고 부품을 사용하게 되고 이로 인한 결함 우려가 없지 않다”고 했다. 반면 한 민간 헬기 업체 관계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정비 후 검사를 받아 통과한 헬기들만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기체가 오래됐다고 무조건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지자체 임차 헬기 사고가 반복되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지자체 임차 헬기가 추락한 사고는 16일 사고를 포함해 6건인데 모두 사망자가 발생했다. 조사가 마무리된 3건의 추락사고 중 2건은 기체 결함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결론 났다. 2020년 이후로는 추락 사고가 해마다 1건씩 발생했다.

한편 부산대병원에 따르면 16일 헬기 추락 사고로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던 정비사 박병일 씨(35)는 19일 장기를 기증하고 숨을 거뒀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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