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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어떤 한풀이[이준식의 한시 한 수]〈161〉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2-05-20 03:00업데이트 2022-05-20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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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괘씸한 까치 녀석, 거짓말을 일삼다니. 희소식 전한다지만 통 믿을 수가 없어.

몇 번 날아오기에 산 채로 잡아다, 튼실한 새장에 가두고 더 이상 얘기 않기로 했지.’

“호의로 희소식 전하려 했는데 절 새장 속에 가둘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집 떠난 낭군께서 일찍 오길 바라신다면, 저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게 놓아주세요.”

(y耐靈鵲多만語, 送喜何曾有憑據. 幾度飛來活捉取, 鎖上金籠休共語. 比擬好心來送喜, 誰知鎖我在金籠裏. 欲他征夫早歸來, 騰身却放我向靑雲裏.) ―‘작답지(鵲踏枝)’ 당 말엽 민가



돌아오지 않는 낭군을 그리는 아내의 애틋함이 담긴 노래. 바야흐로 여인은 남편의 귀환이라는 희소식에 목매고 있다. 몇 번이고 까치가 찾아와 울어대지만 번번이 실망만 안겨준 터라 급기야 까치를 조롱에 가둬 버린다. 한풀이 상대로 애먼 까치가 끌려든 것이다. 낭군의 무심은 용서할지언정 까치의 거짓말은 용인하지 못한다? 이런 생억지가 통할 리 없으련만 애써 원망의 분출구를 찾아야 했다. 그러니 까치가 희소식을 전해준다는 믿음은 그녀에게는 억지가 아니라 그래야만 하는 절박함이다. 그래도 원망은 희망과 기대가 아직 망가지지 않았다는 증거이자, 절망하기엔 이르다는 아내의 철석같은 신념이기도 하다. 하여 ‘낭군께서 일찍 오길 바라신다면, 저 푸른 하늘로 놓아주세요’라는 까치의 호소는 그 신념에 부응하는 희망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허허로운 심사를 여인은 이런 식의 자문자답으로 달래고 싶었으리라.

이 작품은 둔황(敦煌) 석굴에서 발견된 노래 가사로 당 중엽 이후 출현한 사(詞)라는 장르의 초기 형태다. 민가답게 진솔하고 소탈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작답지’는 곡명, 따로 시제는 없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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