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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추경 위해 또 대규모 삭감, 국방예산 이래도 되나

입력 2022-05-20 00:00업데이트 2022-05-2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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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본청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부가 59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하면서 부족한 재원의 상당액을 기존 본예산에 편성된 국방비를 줄여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7조 원 상당의 지출구조조정에서 약 23%인 1조5068억 원이 국방비에서 나왔다. 이런 대규모 삭감을 놓고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여야 할 것 없이 질타와 우려가 쏟아졌고, 18일 예산소위의 추경 예비심사도 야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정부안이 그대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가게 됐지만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방예산이 추경 때마다 크게 잘려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재작년에 1조7745억 원, 작년에 5629억 원의 국방비가 추경을 위해 삭감됐다. 삭감된 예산 중에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무인기와 레이더, 전술유도무기 같은 핵심 전력증강 예산은 물론이고 장병들의 복지와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각종 전력운영 예산이 대거 포함됐다. 당장 정부가 국방비를 주머니 쌈짓돈처럼 쓰는 것 아니냐, 안보는 뒷전으로 밀어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공급망 차질로 부품 조달이 어려운 방위력 개선 등 연내 집행이 지연된 사업을 중심으로 감액한 것이어서 군사 대비태세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군색하기만 하다. 국가안보를 위한 국방예산이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해도 안보에 지장이 없는 것인지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군 안팎에선 “아무리 까라면 까는 게 군대라지만 이젠 국방예산마저 가장 만만한 칼질 대상이 됐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결국 되풀이되는 국방비 삭감은 정부의 예산 편성 단계부터 주먹구구로 이뤄졌다고 자인한 꼴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면서 국방비의 증액은 계속 이어져왔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의 큰 그림도 없이 육해공 나눠 먹기식 관행으로 편성하고, 그렇게 확보한 예산은 그때그때 편의적으로 집행한 결과 언제든 잘라내도 문제가 없는 국방비가 되고 만 것이다. 국방예산의 편성·집행 전반에 대한 총체적이고 정밀한 점검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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