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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처방 필요한 독감 치료제, 수십 곳 어린이집에 그냥 풀렸다

입력 2022-05-19 13:49업데이트 2022-05-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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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의 어린이집들이 독감 치료제 ‘코미플루’를 의사 처방 없이 가정을 배포한 사실이 최근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코오롱제약이 생산하는 코미플루는 의사 처방 없이는 구매나 투약이 불가능한 전문의약품인데 이를 기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미플루가 처음 기부된 시점부터 어린이집에서 각 가정에 배포되기까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었는지 법적 검토 중이다.

19일 식약처와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문제가 된 약은 코오롱제약이 지난달 사단법인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 기부한 물량이다. 한국사랑나눔공동체는 물량의 일부를 충북 제천시의 복지단체에 전달했고, 이 단체는 다시 지역 내 수십 곳의 어린이집들에 약을 배포했다. 각 어린이집에 배당된 약품 중 일부는 실제 학부모들에게 전달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약을 기부하고 배부하는 과정에서 약사법 위반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약사법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은 의사나 약사 등이 소속돼 있는 기관이나 단체에만 기부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사랑나눔공동체 구성원 중에 의사나 약사가 없다면 약사법 위반이다. 어린이집에서 각 가정에 약을 배부한 것 역시 처방 없이 약을 제공한 것이어서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 사실을 인지한 식약처는 즉각 조치에 나섰다. 우선 관할 보건소를 통해 문제가 된 약품에 대한 전량 회수에 돌입했다. 또 한국사랑나눔공동체 구성원 중 의사나 약사가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통상 식약처가 약사법 위반 사실을 인지한 경우 형사 고발 조치도 취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좋은 취지로 약을 기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 만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했다가 자칫 아름다운 기부 문화에 제동을 거는 셈이 될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규정상 형사고발을 ‘할 수 있다’가 아닌 ‘해야 한다’고 되어 있으면 고발하지 않는 게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어 법령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미플루는 어린이에게 투약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된 독감 치료제다. 성분명은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로 잘 알려진 ‘타미플루’와 같은 ‘오셀타미비르인산염’이다. 타미플루의 경우 복용한 소아 청소년이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환각, 섬망 등의 신경정신계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식약처는 지난 2018년 10세 이상 소아에게 이 약을 투약할 경우 복용 후 이상행동이 발현하고 추락 등 사고에 이를 수 있음을 안내한 바 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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