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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18세기 백자 옆 20세기 김환기 그림… 달항아리로 ‘通’하다

입력 2022-05-19 03:00업데이트 2022-05-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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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특별전
시대 뛰어넘은 작품 배치 눈길
달과 달항아리를 그린 김환기의 ‘작품’(왼쪽)과 보름달 조명 아래 놓인 18세기 백자 달항아리(오른쪽).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달 28일 개막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에는 조각상 ‘생각하는 여인’(1992년)과 6세기 국보 ‘일광삼존상(一光三尊像)’을 나란히 놓은 전시실이 있다.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긴 여인상과 지그시 두 눈을 감고 묵상하는 불상은 묘하게 통한다. 1400년의 간극을 훌쩍 뛰어넘어 사유의 순간을 인상적으로 담고 있다. 벽면에는 ‘모르는 것도, 두려운 것도 많은 인간은 끊임없이 삶의 본질을 사유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건희 컬렉션은 특정 시대나 문화로 묶기 힘들 정도로 종류나 양이 방대하다. 전시 관계자들이 수집가가 어떤 의도로 동서양의 문화유산을 모았는지를 고민한 이유다. 이들이 숙고 끝에 내놓은 전시 키워드는 ‘통(通)’. 옛 유물이 현대 작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었음을 보여 주기로 한 것이다.

보름달을 형상화한 조명을 비춘 벽면 아래 18세기 ‘백자 달항아리’를 놓고, 김환기(1913∼1974)가 달과 달항아리를 그린 ‘작품’(1950년대)을 바로 옆에 전시한 게 대표적이다. 이현숙 박물관 전시디자이너는 “관람객에게 시대와 문화를 관통하는 예술세계가 전해지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책가도(冊架圖·책장에 놓인 문방구와 골동품을 그린 그림) 전시실도 눈길을 끈다. 박물관은 단순히 그림만 걸어 놓는 데 그치지 않고 바로 옆 벽면을 책가도로 꾸며 이곳에 도자기 등을 빼곡히 올려놓았다. 18세기 후반 궁중 회화로 유행하기 시작한 책가도는 19세기 민화로 확산돼 사치스러운 골동품을 살 수 없는 서민들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주었다. 관람객들은 벽면 전시물을 통해 책가도 그림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생생히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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