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직접 만드는 새 시대의 기준… ‘K표준교육’에 전세계가 주목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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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 국제표준올림피아드
2006년부터 개최… 올해 17회째, 세계 중고교생 1만 명 이상 참가
국제표준안 작성하며 이해 높여 수상작은 실제 채택 검토되기도
국표원, 초중고교 표준교육 힘써… 국내외 25개교서 시범학교 운영

지난해 8월 열린 제16회 국제표준올림피아드 모습. 원래 합숙 형태로 3일간 실시되지만 2020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각국의 참가자들은 과제를 제출하고 줌으로 발표와 시상식 참여까지 한다.  
국가기술표준원 제공
지난해 8월 열린 제16회 국제표준올림피아드 모습. 원래 합숙 형태로 3일간 실시되지만 2020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각국의 참가자들은 과제를 제출하고 줌으로 발표와 시상식 참여까지 한다. 국가기술표준원 제공
“표준의 가치에 젊은이들이 마음을 열게 만드는 흥미로운 방법.”(지난해 11월 국제표준화기구·ISO)

“차세대 표준 전문가를 양성해 미래를 준비하도록 돕는 독창적인 대회.”(올해 3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수인뱌오 회장)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하고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국제표준올림피아드는 세계 유일의 청소년 표준 경진대회다. 한국의 국제표준올림피아드는 국제사회에서 위와 같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청소년들이 ‘표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표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기 위해 2006년부터 표준올림피아드가 개최됐고, 2015년 국제대회로 격상됐다. 이 대회에는 지금까지 세계 중고교 학생 1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 국제표준안 작성해보며 성장
국제표준올림피아드에서는 학생들이 국제표준안을 직접 작성하며 표준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대회의 목표는 세계 청소년들이 ‘룰 메이커’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하나의 기술이 표준이 되면 잠금 효과가 발생해 해당 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며 “각 나라가 표준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비대면으로 열린 지난해 대회에는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케냐 르완다 등 7개국에서 40팀, 학생 120명이 참가했다. 과제는 중등부의 경우 ‘팬데믹 극복을 위한 비접촉 기술 표준화’, 고등부는 ‘자율자동차 성능 평가 방법’이었다.

대상을 차지한 고등부 인도네시아 ‘N.에버레스트(N.Everrest)’팀의 파이자 아말리아 팀장은 “대회 참가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가장 위대한 경험이었다”며 “국제표준올림피아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계발을 추구하는 청소년이 반드시 도전해야 할 대회”라고 말했다.

수상자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국제표준 제안으로 이어지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수상자가 제시한 아이디어 중 일부를 해당 분야 전문가와 전문위원회에 보내 표준화 가능성을 검토한다. 지난해 우승한 인도네시아팀의 표준안도 관련 전문위원회가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유시복 한국자동차연구원 자율협력주행연구센터장은 “신호등 인식 테스트는 현재 국제표준이 없으므로 만약 표준을 추진하면 시내 도로 자율주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17회를 맞는 국제표준올림피아드는 8월 23∼25일 열린다. 코로나19로 올해도 비대면으로 개최된다. 국내 예선대회 참가 신청은 6월 20일부터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국제표준올림피아드 홈페이지(standards-olympiad.kr)에 6월 1일 공고될 예정이다.

○ 표준교육 방법과 대상 확대
국가기술표준원은 표준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찾아가는 표준교육’을 신청하면 전문 강사가 학교로 직접 방문하거나 디지털 교과서나 수업 동영상을 보급해 표준에 대해 강의한다. 초등학생 대상으로는 △어린이 안전 표준 △일상 속 표준, 중고교생에게는 △3차원(3D) 프린팅, 자율주행기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표준 △표준전문가 진로 등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2011년 시작해 현재 국내외 25개교에서 운영 중인 ‘표준교육 시범학교’는 표준 관련 수업과 체험 활동을 한다. 표준교육 시범학교이자 지난해 국제표준올림피아드 대회에 지도교사로 출전한 서울 강동중 박선영 교사는 “시범학교 사업을 통해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접하는 여러 요소에서 표준을 떠올리게 됐다”며 “지난해 3학년이었던 학생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다시 국제표준올림피아드에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다양한 대상에게 표준교육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지역 그룹홈(가정보호시설) 아동·청소년에게 표준교육 콘텐츠와 체험 프로그램을 지원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지원 대상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청소년에게도 표준교육을 제공한다. 지난해부터 베트남 하노이한국국제학교가 표준교육 시범학교로 참여 중이고,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파라과이 한국국제학교는 찾아가는 표준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뉴미디어에 익숙한 청소년의 눈높이를 고려해 표준교육 교재와 교구도 디지털 버전으로 준비 중이다. 학생은 가상현실(VR) 공간에서 생활 속 비표준화로 인한 불편을 체험하고,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교실에서 표준화된 제품을 찾을 수 있다. 보드게임 형태의 교구도 개발 중인데, 게임을 하면서 표준화의 필요성과 표준 개발 절차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세계 유일의 표준화 경진대회를 통해 ‘K표준교육’이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체계적이고 창의적인 시도를 계속해 세계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k표준교육#국제표준올림피아드#국제표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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