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수산물 맛은 유통에서부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78〉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입력 2022-05-19 03:00업데이트 2022-05-19 04:43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예전에는 비늘 없는 천한 생선이라 했다. 요즘은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수산물 자리를 놓고 오징어와 엎치락뒤치락한다. 2000년대 이후 연근해 어업에서 줄곧 3대 어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등어 얘기다.

대부분의 고등어는 대형선망어선으로 잡는데 전량 부산공동어시장으로 입항해 국내 어획량의 80% 이상을 처리한다. 대형선망 업계 관계자는 “어족자원 회복을 위해 휴어기를 가지면 빈자리를 수입 물량이 차지하고, 조업을 지속하면 어획량은 늘지만 고등어 크기가 작아지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수입 고등어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어 채산성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 너무 많이 잡혀서 가격 하락으로 골칫거리였던 것은 아득한 옛일처럼 들린다.

획기적인 어업 생산량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수산물 가공 및 유통 과정에서 손실을 최소화해 남획을 방지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것을 강조한다. 한정된 수산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위생적으로 공급하려면 잡는 것 못지않게 어획 후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노르웨이는 어선에 피시펌프와 RSW(냉각해수) 시스템을 갖춰 물고기 손상을 줄이고 신선도를 유지한다. 가공·유통 단계뿐만 아니라 잡을 때부터 철저하게 선도를 관리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장시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노르웨이처럼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진척이 더딘 이유를 물었다. 관계자는 현장 상황이 노르웨이와 다른데 무작정 받아들일 일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 말인즉슨 북대서양은 고등어, 대구 등 단일 어종이 형성돼 자동 분류 시스템 도입이 쉽지만, 우리 바다는 수많은 어종이 섞여서 잡힌다. 고등어 어군에 그물을 내리면 정어리, 전갱이, 청어, 방어, 삼치, 오징어가 섞여서 올라온다. 수작업으로 선별하는 데 많은 노동력과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 무턱대고 선진기술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럼에도 개선할 점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공동어시장은 위판을 통해서 선어를 냉동·냉장 보관해 생산 과잉 시에 가격을 안정시키고, 선도가 유지된 생선을 시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어선에서 물고기를 위판장에 내리면 활어는 수조에 담고, 선어는 경매 준비를 위해 종류별, 크기별로 분류해 바닥에 배열한다. 상온과 공기에 노출돼 선도가 떨어질뿐더러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대표 어종인 고등어, 전갱이, 정어리 등은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선도가 떨어지는 생선이다.

반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어업 선진국은 상온 노출과 공기 접촉 시간을 최소화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많이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체계적으로 관리해 폐기되는 양을 줄이고, 위생적인 관리로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부산공동어시장은 국내 수산물 위판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전국 최대 규모 위판장이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은 산지 위판장에서 중앙도매시장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한다. 수산물 유통의 관문 역할을 넘어 위생과 선도를 혁신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수산물 맛은 신선도가 결정하고, 신선도는 유통에서 시작된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