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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거수기 지방의회 낳는 ‘묻지 마 투표’ 이젠 달라져야

입력 2022-05-19 00:00업데이트 2022-05-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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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가 18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2022 경기도 체육인 한마당’ 행사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수원=뉴시스
오늘부터 6·1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13일간의 열전이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를 포함해 총 2324개 선거구에서 7616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냈다. 이번 지방선거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22일 만에 실시된다. 그 결과는 윤석열 정부 초반 정국의 향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지방의원들이 그동안 보여온 부실한 의정활동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경북대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광역·기초의원들의 조례안 발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발의건수가 광역 2.99건, 기초 2.05건에 불과했다. 지방의원의 기본 책무 중 하나가 조례안 제정과 심의인데 1인당 발의건수가 고작 2∼3건에 그친 것이다. 기초의원 2981명 중 723명은 연평균 조례안 발의건수가 1건도 안 됐다. 한심한 지방의회의 현주소다.

지방의회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 못 할 정도로 막강하다. 지방세 관련 조례나 행정 규칙 등을 제정하고, 단체장의 예산 집행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그 권한에 걸맞은 의정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세금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무보수 명예직이던 기초의원도 2006년부터 유급제가 도입돼 연평균 4000만 원 정도의 의정비를 받는다. 지방의회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무풍지대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지방의회가 단체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하는 투표 행태도 문제다. 동아일보가 2010, 2014, 2018년 지방선거를 분석해 보니 특정 정당으로의 단체장-지방의원 동시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단체장부터 같은 정당의 지방의원까지 내리 찍는 ‘줄투표’가 이뤄진 결과다. 지방의원들의 역량이 떨어지는 데다 단체장이 같은 당 소속인지 여부만 중시하다 보니 지방의회가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지방의원들의 부실한 의정활동을 바로잡지도 못하면서 지역주민의 생활 개선을 기대할 순 없을 것이다. 후보자들의 면면이나 정책 공약은 제쳐둔 채 특정 정당의 호불호만 살피는 묻지 마 투표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깨어 있는 투표로 이런 구태를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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